특검법 제2조와 19조 두고 법리 공방…서울고법 48시간내 판단
특검 "김기춘·조윤선 조만간 기소"…'정리된 리스트냐'에 "확인불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적용된 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관련 혐의가 '최순실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항의했다.

특검법 제19조에 특검 수사가 법이 정한 직무 범위를 이탈한 경우 서울고법에 이의신청할 수 있게 돼있는 데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 의혹이 특검법상 명백히 수사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일 브리핑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자신에 적용된 피의사실이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날 이의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신청서를 접수한 서울고법은 48시간 이내에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한 상황이다.

이 특검보는 "특검은 김 전 실장에 적용된 피의사실이 특검법 제2조의 수사대상에 명백히 해당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1일 오전 서울고법에 송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조만간 자료를 정리해 기소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가 정리된 파일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공소장 부분은 특검 입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특검법 2조 8호는 청와대와 문체부 고위공직자 등 관계자들이 '최순실 등을 위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고 관련 공무원을 불법적으로 인사조치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동법 제2조 15항은 앞서 14개 항에 명시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법상 블랙리스트 의혹은 수사대상에 명시되지 않았고, 특검팀이 지난달 9일 밝힌대로 최순실이 직접 연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은 특검이 직무범위를 이탈했다고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측은 블랙리스트가 특검법상 명시된 공무원 불법 인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돼 수사대상이 맞다는 입장이다. 다만 8호는 당초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미 지난해 10월 현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 9473명에 대한 각종 예산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명단이 존재한다는 언론 보도로 불거졌고, 2달여 지나 탄핵정국 이후 재차 부각된 것이다. 

최근 다수 언론과 정치권 또 사정당국은 최초 보도된 '9473명 리스트'를 각각 "일부 입수했다"며 기정사실화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9473명 이름이 모두 공개된 적은 없다는 점에서 특검 주장의 설득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만일 서울고법이 특검 직무 범위를 이탈했다고 판단할 경우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해선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