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차기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뉴시스

이주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가계부채 대책과 통화정책방향 등 정책 검증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19일 진행된다. 한은 총재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자의 신상에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장남의 병역면제와 재산 증식 등에 대해서는 이미 소명이 끝난 상태다.

◇신상에서 크게 흠 잡을 데는 없어

청문회의 단골 질문인 재산 증식, 병역 문제, 주소지 이전 등은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의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장녀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합쳐 모두 17억9000만원이다. 예금은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고루 분산돼 있고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 5000만원 한도를 넘는 계좌가 없다.

2001년 5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무릎을 다쳐 2007년 6월 5급 판정(면제)을 받은 장남의 병역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없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 관계자는 "주택 한 채와 이사 예정인 집의 분양권 하나 등이 재산의 주를 이루는데 그나마 집값도 떨어져서 문제될 것이 없다"며 "군 면제를 받은 아들도 십자인대 파열로 무릎에 철심을 박은 상황이라 충분히 해명이 됐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한은 독립성, 통화정책 등 정책 질의에 집중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서에 따르면 기재위원들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가계소득을 늘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 이내에서 안정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대출구조를 개선해 가계의 부담을 줄이고 금리 상승 위험에도 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부실 규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리상승 부담은 가계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상위 소득계층 중심으로 분포돼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대규모 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법에 규정된 정부의 열석발언권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열석발언권은 기재부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해 발언하는 것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내정자는 김광림, 윤호중 의원실 등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정부인사의 금통위 회의 열석발언권이 한은법에 보장돼 있기는 하지만 예외적 상황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부와 한은이 소통할 수 있는 상황에서 회의시마다 열석발언권을 행사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금리결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나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금리정책은 금통위가 매달 국내외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결정하는 것이므로 총재 후보자로서 금리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매파와 비둘기파 중 어떤 쪽으로 구분하느냐는 질문에는 통화정책을 총재의 성향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매냐 비둘기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당시의 금융·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며 "고물가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은 시기에는 매파 성향을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경기에 유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에 관해서는 "목표범위의 하한을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공급·제도적 요인 등의 영향이 큰 점, 국내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퇴임사는

이 후보자는 2012년 4월 부총재 퇴임 당시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 아침에 부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느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외부 출신인 김중수 총재의 취임 이후 파격적인 인사발탁이 이어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은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평판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사를 운용해 왔고 구성원들도 이에 맞춰 자기관리를 해 왔으나 이러한 원칙이 단기성과에 의해 외면됐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임사에서 물가안정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외부의 평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소회를 털어놨다.

2010년 7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이 실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문제로 이어진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