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검증 빌미 인격모독했는지 자성해야…潘 추후 당에 도움주길"
"文 셀프 대세론 우려스러…천문학적 예산정책보다 규제완화 집중하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오세훈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관련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반기문 캠프에서 선거를 총괄지휘하는 입장이 돼 보수정권 재창출에 어떻게든 기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었다"고 고백했다.

오세훈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반 전 총장의 안타까운 결정이 있었다. 가슴아픈 일"이라며 "고백하건대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이 회의는 제가 참석하는 마지막 최고위가 됐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 캠프 인선을 마치고 오늘 이 최고위 회의가 끝나면 제 입장 발표할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직은 내려놓되, 바른정당 당적은 유지한 채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었다고도 했다.

오 최고위원은 "그런 결심을 했던 것은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전국을 도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제가 운영하는 공생연구소에 찾아왔다"며 "너무나 간곡하게 나라를 위해 미력이나마 나라 미래를 위해 일하고싶다는 각오를 피력하고 도움을 요청해왔을 때 저 나름대로 그분께 몇가지 다짐받은 게 있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다짐을 받은 것은 두가지"라며 "끝까지 위기를 극복하고 완주를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드렸고, 두번째로 여러 정파와 또 바른정당과 종국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함께하는 정치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가운데)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반 전 총장이 확고하게 그런 의지를 피력하는 것을 보고 이분을 도와 정권재창출을 하는 게 우리 보수와 나라를 위해서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나온 후보 중 가장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변 4강 정상들과 맞상대할 수 있는 후보는 반 전 총장 뿐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문제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경제민주화로 유력정치인들과 함께하며 풀어가고, 내치의 경우도 남경필 경기지사와 같이 지방행정을 하셨고 다른 당 유력후보들과도 연대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국정 운영의 틀이 연정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아쉽게 됐다"고 토로했다.

오 최고위원은 "반 전 총장의 말대로, 지도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혹시 검증을 빌미로 인격모독적 검증을 한 것은 없는지, 비판이 아니라 비난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권 유력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주문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1일) 발표한 4차산업혁명 정책을 거론, "천문학적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핀테크·자율주행자동차·비트코인 등 산업이 각종 규제로 원천 차단된 사례를 들어 "한달이, 3개월이 급한데 대선 이후 예산으로 돈을 쏟아부어 될 것인가"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문 전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시각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요란하게 세미나를 열고, 요란하게 정책 발표하는 것보다 당장 2월 국회에서 갖가지 규제를 푸는데 더민주의 역량을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본인이 대세라든가, 가장 준비된 깨끗한 후보라든가, 털어서 먼지나지 않을 후보라든가 하는 본인의 마음가짐이 드러나는 언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오 최고위원은 "제 기억이 틀림없다면 지난 대선 아들 특혜 취업논란, 부산 저축은행 개입 논란, 삼성X파일 특검 때 불분명한 처신 등이 세월이 지난다고 탈색되거나 잊혀질 수 없는 검증 대상"이라고 지적, "본인 스스로, 또 후배들을 통해 그런 언행을 하는 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과 반 전 총장 간 관계 형성에 대해 "당분간 정치와 거리를 두시겠다는 입장 같다"며 "지금은 마음이 많이 아프시고 해서 도리가 아닐텐데 추후 시간이 흘러 가급적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구체적인 불출마 선언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여러가지 설명이 있었고, 기억에 남는 건 잘못하면 본인이 10년 동안 몸담았던 유엔에도 폐를 끼쳐 도리가 아닌 모양새가 되는 것에도 부담을 느낀 듯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라는 유력주자의 이탈을 계기로 본인의 대선 출마를 재고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어제와 오늘 여러 분들이 그런 말씀들은 하셨는데, 대선 출마라는 게 그렇게 가볍게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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