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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종 한국외국어대 학생 |
전라도 비하하는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를 철저히 수사하고 나아가 폐쇄시켜야 한다.”
지난 3월 13일, 민주당 김영록 의원(전남 완도)의 발언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내뱉은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는 그 어떤 내용이라도 ‘법’으로 만들어 올려서 의사봉만 ‘탕탕탕’ 두드리면 된다는 식의 ‘입법만능주의’가 낳은 폐해요, 이 나라 ‘갑(甲) 중의 갑’이라는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제멋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제1항), 국가 권력은 이에 대해서 어떠한 검열과 사전 허가를 할 수 없도록(제2항) 못 박고 있다. 물론 ‘떠들 자유’가 있다고 해서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의 공공윤리를 해할 수 있는 자유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나라는 형법을 통하여 이 부분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법률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상의 우파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를 겨냥하여 이를 ‘없애 버려야한다’고 하는 김 의원의 주장은 반매언론매체의 싹을 애초부터 잘라내 버리겠다는 파쇼적 발상에서 나온 ‘언론 탄압’이다.
‘우파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는 사실 특정 이념을 지향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다.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는 공히 누구든지 글이나 사진 혹은 음악 등, 자신만의 콘텐츠를 작성하여 공유할 수 있게 만든 개방형 사이버 게시판들로 구성된 웹사이트들이다. 이 웹사이트들에서는 수많은 정보들과 생각들이 공유되고 있다. ‘정치 콘텐츠’는 그러한 수많은 콘텐츠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데, 다만 정치 스펙트럼에서 우파로 분류되는 이들이 이 사이트들을 많이 이용하고 있고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강할 뿐이다.
김 의원은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문제를 삼았다. 그러면, 같은 논리로, 흑색선전과 거짓 선동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북한의 아이피(IP)로 게재된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하는 좌편향 커뮤니티들에 대해서 왜 아무런 언급이 없는지 김 의원 스스로가 해명해야 할 것이다.
법률로 아무리 틀어막는다고 해도 ‘홍등가’는 생기게 마련이다. 어떤 시대의 어떤 정부도 ‘홍등가’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었다.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에서 공유되고 있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문화’도 같은 개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대중의 취향이 저급한 것에서 고상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도록, 또 그것을 장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지,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그것을 억지로 금지시켜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김 의원의 주장대로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를 폐쇄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고 해도, 제2, 제3의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는 법망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생겨날 것―해외에 서버를 둔다든지―이다. 그러면 또 제2, 제3의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를 막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마련해야만 하고, 또다른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는 필연적으로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모든 국민들의 손을 잘라내 버린다든지,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상정되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의사봉을 두들겨 가결시켰다고 해서 모두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마땅히 법다워야 한다. 법은 개개인의 자유와 생명, 그리고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물론 ‘의사표현의 자유’ 역시도 이 범주 안에 들어간다. 자신의 정적들이 세를 형성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김 의원의 속 보이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해가 가려지겠는가?
김영록 의원의 ‘이중 잣대’는 ‘사상 또는 정치적 차별에 대한 차별 금지법’(2013. 12.)을 발의했던 바로 그 의원인지 의심케 한다. 좋지 않은 모습이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당선 전에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되, 당선 후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 일해야 하는 법이다. 김 의원이 그 모범을 보여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더불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는 ‘입법만능주의’에 대한 국민적 차원의 여론 환기와 슈퍼‘갑들’의 반성을 기대한다. /박순종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