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통일 대박' 외치자 증권가 통일 수혜주 찾기 시작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 증시에도 관련주가 상승세를 타곤 한다. 정책 테마주라는 것인데 바이오헬스, 사물인터넷 산업을 정부가 강력히 밀어주겠다는 신호를 주면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 정부 자금이 쏟아지면 해당 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 테마주'와 같은 루머성의 헛된 테마는 아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통일도 테마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직접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통일의 시기를 저울질 하고 관련주를 찾는 모습에 포착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막연하긴 하지만 통일도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가치주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대통령 '통일은 대박' 한마디에...'통일'도 테마주로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이 화제가 될 정도로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대한 부분은 임팩트가 있었다.

   
▲ 지난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이 화제가 될 정도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대한 부분은 임팩트가 있었다/뉴시스

이날 이후 증권가에서는 통일 관련 장문의 리포트가 두개 나왔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 나온 '향후 남북통일에 따른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 파급효과'와 신용증권의 '통일이여 어서오라'는 리포트였다.

두 리포트 모두 통일은 주식시장에 대형호재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재홍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반도 통일은 내수 확대 필요성 증대, 국방비 절감, 해외 원자재 의존도 및 해외 자본 조달 비용 축소, 자생력이 미약한 북한 경제를 감안할 때 받아들여야 할 명제"라고 주장했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독일은 통일과정에서 동독과 서독 경제격차에 따른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15년 가량 후유증을 경험했으나 현재는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며 "남북통일은 독일보다 심각한 국력격차가 부담이지만 경제 시너지에 따른 파급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포트를 요약하자면 통일이 되면 대개 도로와 항만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이뤄져 이들 종목에 가장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독일 통일 과정에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은 의류와 제약 경공업주였다.

물론 대규모 사회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 전력 송배전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주가 수혜를 입었지만 북한의 취약한 경제력을 생각하면 의식주에 필수적인 품목과 관련된 종목의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일이 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외국계 자금이 우리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환율이 절하돼 남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의 수출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통일 테마주'는 단기적 급등락할 운명...가치주로 접근해야

투자자들은 과거 통일 정책 테마주가 반짝 인기를 끌다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벤처 및 IT 산업 육성책으로 코스닥시장이 전성기를 맞았다.

1999년 코스닥 수익률은 240.7%, 코스닥 내 IT소프트웨어 업종은 3,341.4%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IT산업도 정부 정책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IT붐에 올라탄 것이다.

반면 대북 포용정책으로 관심을 끈 일명 '햇볕정책 테마주'는 쓴맛을 봤다. 이들 테마주는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일시적으로 급등세를 보였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북한이 '몽니'를 부릴 때 마다 남북경협 관련주는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통일은 대박’ 광고판이 올랐다. 타임스스퀘어 공중전화부스벽에 게시된 이 광고판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말한 내용을 한글과 한자로 표기한 후 영어를 비롯한 7개국어로 작은 카피들을 표기해 눈길을 끈다/뉴시스

증권가에서는 그러나 통일 관련주도 이제 서서히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단기 투자로 깜짝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주에 투자하듯 10년 20년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큰 성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독일 사례를 볼 때 준비 단계인 현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투자는 주식은 관련주를 사모아가고, 채권은 통일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비중을 낮추는 것이다.

김재홍 연구원은 "통일 전후 저소득 지역의 소득지원, 인프라 투자, 소비 개선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매력도가 가장 높은 자산은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에는 '신영마라톤 통일코리아펀드'(이하 통일펀드)가 출시돼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펀드는 신영증권에서만 독점 판매된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