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선불카드 받으려 2달러 나초 구입 '체리피커'...출혈 경쟁 심화
   
▲ 신세계면세점의 전지현 GD 선불카드 이미지./신세계면세점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직장인 김모(35세)씨는 얼마 전 호텔·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글에는 신세계면세점에서 '득템'한 것이라며 10여장의 선불카드 사진과 수령 후기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댓글에는 "지방이어서 못가 아쉽다", "오늘 면세점 갔더니 나초가 모두 판매되고 없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카페에는 '신세계면세점' 관련 글들이 다수 올라왔고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는 '나초'를 구입하는 내국인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신규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최근 들어 과자류인 '나초' 판매가 증가했다. 평소 시내 면세점에서는 화장품이나 패션·잡화 등의 매출이 높은 것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나초의 평균 가격은 2달러에 불과하다. 신세계면세점 측에서 이 과자를 판매에 올릴 수 있는 매출 효과는 크지 않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나초 판매가 급증한 배경은 '1달러 이상 구매시 1만원 선불카드' 이벤트 때문이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얼마 전부터 새해 마케팅 이벤트로 '1달러 이상 구매시 1만원 선불카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행사 기간은 오는 3월말까지 이다. 

그런데 신세계면세점은 이 행사를 알리기 위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 등 여행사들을 비롯해 은행, 소셜커머스 등에도 이 쿠폰을 배포했다. 1인 1회 한정 등의 제한 사항도 두지 않았다. 이런 탓에 호텔·여행관련 카페를 중심으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서로 쿠폰도 공유하면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찾은 내국인 손님들은 1달러 이상 상품을 찾다 '나초'를 발견한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계산대 앞에는 때 아닌 나초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이다.  

회원 45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나초 인증샷이 올라오며 "이 나초는 개당 2달러로 직원분이 알아서 따로 따로 결제 잘해 줬다"고 후기를 올렸다. 또 다른 회원도 "나초를 찾는 고객들이 워낙 많아 계산원이 이 과자가 혹시 유명한 과자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카페에는 신세계면세점 선불카드 10여장을 찍은 인증샷이 다수 올라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신세계면세점 측은 나초 판매를 없애고 10달러 이상의 제품을 내놨지만 이 카페 회원들은 또 "볼펜이나 엽서는 10달러 이하"라며 정보를 올리며 공유했다. 

결국 신세계면세점은 여행사 선불카드 증정행사의 경우 중복적용이 안된다고 공지했다. 

신라면세점이나 HDC신라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 등에서도 1달러 이상 구매 이벤트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신세계면세점처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손실은 신세계면세점 측에서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신세계면세점은 고객 유인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인데 오히려 실익을 얻지 못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신규 고객 확보와 고객 감사 차원에서 마련한 것인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은 거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들의 수가 늘어나고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면서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면세점들이 이렇게 과도하게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신규 면세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에는 이익일 수 있겠지만 체리피커나 블랙컨슈머들도 늘어나면서 기업이나 면세점의 순수 고객들에게 오히려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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