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 수장을 너무 부드럽게만 본 탓일까. 3월 FOMC에서 재닛 옐런 의장의 금리 인상 '돌직구'에 시장이 당황했다. 당초 미국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지만 금리인상 시기 자체를 못박을지는 몰랐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우리 주식 시장도 이를 반영해 약세로 흐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옐런이 가르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주시하라고 조언한다. 금리 인상의 조건을 따져보라는 얘기다.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옐런이 금리 인상을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하루 이틀 신흥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관망하는 자세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옐런 "테이퍼링 이후 6개월 이내 금리 인상"...시장 '충격'

1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채권 매입 규모를 각각 100억 달러씩 줄이는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정책을 실시한 데 이어 세 번째로 테이퍼링 추가를 결정했다. 이로써 양적완화 규모는 100억달러가 추가 축소돼 550억달러로 결정됐다.

여기까지는 시장이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19일 취임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년부터 단기금리가 인상되리라고 시사했다/뉴시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옐런 의장은 상당기간이 6개월 정도라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 이후 6개월 이내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것이었다.

새벽 미국에서 날아온 충격적인 소식에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오전 10시08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0.60% 내린 1,926.01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17% 내림세로 출발했으며 일본 니케이 지수도 0.53% 내린 1만4,385.18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의 우려는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가 신흥국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위험자산 기피 현상을 불러일으켜 신흥국에서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험한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

아직 FOMC가 끝자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몇일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실화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금리 인상은 미국경제 회복이 전제 조건...코스피 단기 조정시 매수 전략 유효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옐런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우리 시장이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 보고 있다. 외국계 자금이 일제히 엑소더스하는 충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연구원은 "당초 시장은 연준의 새로운 의장이 나타났지만 부의장 출신이라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겠냐는 생각이었는데 금리 인상 발언이 나와서 하루이틀은 지켜봐야 하는 국면이 됐다"고 분석했다.

   
▲ FOMC 이후 한국증시는 단기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근본적인 스탠스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 조정시 1,900선 매수 전략을 권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을 다른 차원의 얘기로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리 기조가 바뀐다는 것 역시 이미 시장에 노출된 변수로서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영향을 주겠지만 금리가 변화될 수밖에 없는 미국경제의 긍정적 상황을 보라는 것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옐런의 발언 이후 미국 국채 금리도 오름세였지만 충분히 제한적이었다"며 "또 금리가 미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 수정될 수도 있으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FOMC 이후 한국증시는 단기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근본적인 스탠스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 조정시 1,900선 매수 전략을 권하고 있다.

한범호 연구원은 "추세적인 조정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단기적인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 연출될 것" 이라며 "하루 남은 FOMC와 미국 시장 움직임을 보면서  단기 조정시 매수전략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