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갑을오토텍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7월부터 공장을 무단 점거했던 노조가 이를 부분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문에 들어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던 관리직사원들은 지난 13일부터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공장이 노조에 장악돼 가동정지에 들어간지 15일로 223일만이다. 8개월간 민노총 산하 강성노조는 전노조원을 동원해 직장을 점거하고, 관리직의 출입을 막았다. 공장이 완전 가동정지상태에 빠졌다. 노조가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그나마 협상여지를 마련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사무직들의 출근재개로 녹슬어가던 기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경영이 정상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사무직원은 250여명에 달한다. 실제 공장 가동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은 이중 70명에 불과하다. 이들만으론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이 불투명하다. 공장 재가동까지는 설비정비등을 필요로 한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공장을 다시 돌리는 것은 요원하다. 사무직의 2배가량되는 노조원 400여명은 여전히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갑을오토텍은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게도 구럭도 다 놓쳤다. 매출손실이 무려 1300억원에 달했다. 납품차질로 국내외 자동차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뼈아픈 일이다. 다임러벤츠, 미쓰비시후소와 중동 업체들이 거래중단을 통보했다. 향후 공장이 재가동돼도 자동차메이커에 대한 납품이 재개될 지 불투명하다. 한번 잃은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면 파업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금 회수와 만기연장 불허, 연장시 고금리 부과 등도 회사에 심각한 고통을 주고 있다. 생산중단에 따른 적자누적으로 백척간두에 몰렸는데, 대출금 상환, 고금리이자 등으로 이중, 삼중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노조원들도 장기파업으로 생계가 막막해졌다. 8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당수가 카드돌려막기, 사채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일부 노조원 부인들은 자녀교육비를 삭감하는 등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노조지도부는 노조원 가족들이 직면한 최악의 생계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모한 파업과 공장점거가 가져온 처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협력업체 180개사도 휴폐업 위기에 몰려있다. 고액연봉 민노총 산하 노조의 전면파업이 협력업체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시련을 주고 있다. 1만9000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나. 노조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피눈물을 이제 보듬어야 한다. 이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노사는 다행히 14일 협상을 재개했다. 그간의 갈등속에서도 원만하게 풀어보자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한다. 노조는 관리직들이 공장라인에 투입돼 기계를 돌리는 것만은 막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제품을 생산해야 판매가 재개된다. 끊어진 원청업체와의 거래도 다시 트일 수 있다. 원청업체에 가서 백번 사죄해도 납품재개가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고금리 대출금을 갚는 것도 화급하다.
노조는 극단적 투쟁을 중단해야 한다. 공장점거와 파업을 풀어야 사측의 직장폐쇄도 가능하다. 파업을 풀고, 성숙된 상생의 노사문화를 재창조해야 한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도 자제해야 한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회사에 대해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임금동결에 서둘러 합의해야 한다.
노조는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노조가 수년전 극한 투쟁을 벌인 후 회사와 함께 상생노조로 변신한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들 민노총산하 노조는 공장을 무단 점거하고, 장기간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절단났다. 노조는 파업과 투쟁만으론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게 뒤늦게 깨달았다.
파업을 푼 쌍용차, 한진중공업 노조는 회사살리기에 동참했다. 쌍용차 노조는 차량판매에 적극 참여했다. 한진중 노조는 회사와 함께 외국 선주를 찾아가 공동 수주활동을 벌였다.
두 노조 모두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온건노조로 변신했다. 정치투쟁, 막가파 투쟁으론 회사가 갈수록 경영난에 빠지고, 자신들의 생계도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절감했다.
갑을오토텍 노조의 성숙한 방향전환을 촉구한다. 노사협상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회사살리기에 동참해야 한다. 노조가 요즘 주말마다 광화문 촛불시위에 단체버스를 대절해 상경투쟁을 벌이는 것은 무책임하다. 회사가 생존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촛불집회에 무더기 참가하는 노조로는 희망이 없다.
노사가 이번 협상재개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목표한 하나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다. 녹슬어 버린 기계를 재가동해야 한다.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노조원들은 가족들에게 급여를 갖다줘야 할 아닌가? 언제까지 무고한 가족들을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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