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21일 건국대 법학관에서 한완상 전 부총리를 초청해 ‘격변하는 세계정세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통일인문학 제23회 석학초청강연회’를 개최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강의에서 현재 요동치는 세계정세를 과거 세계 격변기와 같은 일종의 ‘위기’로 간주했다. 기존의 대서양 동맹 체제와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는 ‘축의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집권, 한국의 국정 공백 위기 등 이른바 3중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완상 전 부총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를 보좌하는 극우파 지식인들의 경향을 우려하며 “미국과 중국의 실제적 충돌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태평양 긴장 관계 속에서 한반도는 지중해를 지배했던 팍스 로마나, 대서양을 관장했던 팍스 브리태니아, 태평양을 통솔했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의 교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의 식민지 역사에 대한 질문에 한완상 전 부총리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중국을 배제하는 그 역사는 오늘날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 위도 38선을 기준으로 한 한반도의 분단을 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모멘텀으로 보면 결국 한반도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라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게 된 지점으로 냉전 시대 이후 동아시아 거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여전히 일본과 과거사 문제로 논쟁중인 현 시대를 언급하며 한완상 전 부총리는 “사드 문제에서도 보듯이 오늘날의 미국은 일본에 대한 비호와 협력을 통해 중국을 강력히 봉쇄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한국은 그 충돌 지점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며 “백인 기독교 지배 체제에 저항하는 중국과 무슬림을 군사적으로 통제하려는 미국의 대외 기조는 트럼프 시대에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이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이 세계의 중심축이 됐으며 이 지역에 평화가 오면 세계에도 평화가 올 수 있다는 세계사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역사의 지정학적 교훈을 강조하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현재 역사 국정교과서 이데올로기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