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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7시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전체 전부 사회를 보신 김종석 홍익대 교수님이 엄청난 고생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수고해서 고생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 청와대 토론은 중요한 과업으로 남을 겁니다. 이 땅의 이 사람들에게 움직이며 살아 있는 소식을 전해준 노력과 활동으로 기억될 거고요. 또한 우리 사회가 갈고 닦아 보여준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생 얼굴을 그대로 노출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소통의 기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기준에서 체크해봅니다. 나름 관전평이지요.
첫째 아쉬운 시간 안배입니다. 민간 참석자들 얘기를 더 들어야 했었다는 평가입니다. 손님이 와서 한 마디 하면 집주인 네들이 얹어서 두어 마디 해버리는 마이크 쟁탈전이 거북했습니다. 일부 국무위원들 시간 남용은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굳이 건의와 제안에 변호하고 추가 설명할 내용이 아닌 상황에서도 매번 배경 설명과 실무 고충을 빠트리지 않는 바람에 옆길로 새기 일쑤였습니다.
어떤 분은 이전 발언에서 말한 사실을 정정하겠노라고 소중한 몇 십초를 그냥 무단으로 거머쥐더군요. 그래서인지 토론 후 일부 매체와 누리꾼들이 따진 ‘토론이 맞는가?’ 하는 지적도 대부분 경청 시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행사 자체가 규제개혁 업무 진행과 민간 현장 건의를 버무린 하이브리드 형태이긴 했지만 시청하는 국민이 원했던 그림은 20:80 구도였을 겁니다. 80%는 현장 소리가 나오고 나머지 20%를 행정과 정치가 화답하는 메아리 말입니다. 규제개혁 업무도 알리는 자리였으니까 백번 양보해서 20%보다 많은 50%라고 치더라도 그날 토론회 시간 안배는 국민 30~40%, 관료 60~70%였다는 느낌. 다음번을 위해서도 체크하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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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7시간짜리 규제개혁 끝장토론은 시간및 공간 참석자배치등에서 미흡한 점을 남겼다. 하지만 규제개혁에 대해 어느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A-점수를 줄 만하다. 이제는 규제보다는 진흥정책으로 끝장토론을 벌여야 한다. 국민들도 진흥정책에 더 감동한다. 한류3.0, 사물인터넷, UHD-TV 등 진흥정책 토론으로 가야 한다. 더 나아가 통일대박과 해외청년 일자리창출, 유라시아대륙진출 등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토론도 추진해야 한다. |
2번째는 불편한 공간 배치입니다. 원활한 토론 내용 전개를 위해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환경을 각각 최적화하는 작업이 공간 디자인입니다. 물리적 디자인 차원에서 볼 때 이번 규제개혁 토론장 배치는 몹시 불편한 타운 미팅 짝퉁이었어요. 무대가 따로 없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 겹겹이 둘러싼 자리 배치부터가 미숙했습니다. 중앙 무대에 모든 시선이 모이도록 해서 발언하는 주인공들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원형극장 모델이 훨씬 더 적합했다고 봅니다.
예컨대 푸드 트럭, 자동차 튜닝 규제를 다룰 때 해당 관계자들 6~7명이 함께 중앙무대에 올라 집중 조명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같은 발언도 더 큰 울림을 얻을 수 있도록. 대통령과 나머지 참석자들은 모두 객석으로 물러나 앉아 중앙무대를 응시하고 관심을 모아주는 게 낫습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바로 그렇지요. 무대 공간에 주제가 모이고 정작 슈퍼스타나 원로 배우, 수상할 주인공들은 객석에서 호응해가며 중앙을 받쳐주지 않습니까?
프랑스 칸이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이 각종 컨퍼런스 행사, 토론과 세미나 운영 노하우를 많이 축적한 사례들도 같은 표준을 따릅니다. 특히 아카데미상과 같이 4시간 이상 장시간 진행하는 쇼나 행사들 경우는 공간 설계가 정말 핵심입니다. 중앙무대를 오르내리는 원활한 출연진 교체와 편안하고 안정되어 보이면서도 표정 웃음 박수와 같은 비언어 신호로 활발하게 개입하는 객석이 육중한 행사를 기어이 살리곤 합니다.
이런 무대–객석 공간은 학교에서도 검증된 전통이지요. 마이클 센델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대 강의실 역시 교단 무대가 있는 원형 계단식 구조 안에서 수백 명 학생들이 진지하고도 편안한 가운데 지적대화에 몰입합니다. 심리적 공간이 여유 있고 쾌적하게 제공되어서입니다. 이게 한국 대학에 흔한 평면 직사각형 낮은 천정 강의실로 옮겨 오면 그냥 맥없이 졸다 가는 교양 강좌로 찌그러들 수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일까? 에라 모르겠네...>로 해체되는 게지요. 공급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받아들일 공간 환경이 갑갑하다면 메시지 전달을 그르친다는 수용이론입니다.
시간 공간에 이은 3번째 품평 기준은 인간입니다. 아주 어설픈 주최 측 미비가 숨어 있었습니다. 민간 대표 발언이 하나같이 <회사소개-배경설명-사례예시-제언>으로 규격화하도록 맞춘 게 큰 불찰이었습니다. 크고 긴 토론회에 익숙지 않은 사장, 대표, 임직원 들이 대부분 3분 스피치에 짓눌려 버렸습니다. 제언 중심으로 요지만 설명하는데 2분 이상 할애하질 못하고 요청받은 규격 맞추느라 허둥지둥 한 겁니다. 규제 풀자는 자리에 엉뚱한 신종 규제가 들어온 셈입니다.
이렇듯 업무수행능력이 전문화, 세계화되지 못한 주최 측이 시간운용, 공간배치를 잘못한 것도 인간 역량 문제, 즉 행정 현장의 인적 손실에 해당합니다. 4시간해도 충분할 진행을 7시간 하도록 한 것도, 원형무대와 객석, 손님상이 있는 공간 배치를 못한 것도 주최 측 누군가는 되짚어 봐야할 몫이라는 게지요.
이렇게 시간, 공간, 인간이라는 3간(間)으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포착한 우리 사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돌아다보았습니다. 품평해보니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성취가 거대합니다. 안 한 것보다 좋았고 감춘 것보다 개방해 보여준 것이 시원했고 말이 길어지고 두서가 없었어도 진정성 담긴 착한 눌변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같은 표현 능력 면에서 B학점일 수는 있지만 정성껏 준비한 보따리에서 나온 내용물은 A- (마이너스) 쯤은 족히 될 겁니다. A+로 올라가려면 하나 큰 걸 채워야 합니다. 크게 모자란 덩어리 하나. 덩어리 규제가 아니라 바로 덩어리 주제입니다. 행사 타이틀이죠.
규제개혁이라는 이번 주제가 중요하긴 하나 국민들과 온 매체가 7시간 매달려 공들여야만 할 대박 주제였을까요? 규제가 그만한 주제라면 임기 내내 끝장토론을 한 20번 정도 해야 하는 건가요? 아뇨. 규제보다는 진흥 정책으로 토론하고 대화해야 더 맞는다고 사람들은 볼 겁니다. 한류 진흥도 좋고 사물인터넷, UHD TV 진흥과 같은 주제도 좋죠. 누가 보더라도 공부도 되고 건설적인 제안들도 얻을 수 있고요. 규제나 손톱 밑 가시 같은 과업들은 공개해 나눌 주제라기보다는 묵묵히 정부 내부에서 해결한 결과 값을 알려주는 국민보고회가 더 적격일 겁니다. 규제보다 더욱 긴요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 분야가 진흥 정책입니다.
넓게 보면 진흥보다 더 거대하고 거룩한 주제도 존재합니다. 만일 7시간 끝장 토론 기회가 앞으로 임기 내 5번이 주어진다면 그 중 3번 이상은 국가전략을 권하고 싶습니다. 통일대박도 국가전략과 연계하여 토론할 주제이고 만주 땅, 시베리아와 유라시아대륙 진출도 국민 감동을 확약할 주제입니다. 한류 3.0도 있고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 등등. 우리에겐 우선 다뤄야 할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주제들이 따로 있습니다.
규제개혁과 같이 행정 내부 실무에 해당하는 주제는 이제 한 번 했으니 마감하고 이제는 국가미래, 백년대계를 논할 싱싱하고 격정적인 주제를 품어보길 당부합니다. 이게 바로 창조경제 몸짓입니다. 주제가 힘 있고 좋아야 하고 식은 국민들 가슴 뛰게 해야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능력도 따라 올라 오는 법입니다.
꿈꿔 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만주 땅, 시베리아 땅 개발권 확보해 놨으니 민간 전문가, 국민, 학생들 어서 와보시라는 진짜배기 국정 토론회 소식 기다려 보겠습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