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정식으로 개장했지만 정작 금값은 최대 내년까지 약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까지 거론되면서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달러화의 대체제로 여겨지는 금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금 산업 발전 기대속에 KRX금시장 개장

한국거래소는 24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KRX금시장을 개장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4만7,200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은 725건이며 거래대금은 3,407만 원이다.

이날 금 가격은 1g당 4만6,95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소폭 상승세를 지속해 장중 4만7,400원까지 상승했다. 첫날 시초가는 지난 주말 국제 선물 시세를 반영해 설정됐다. 이후 개장가는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제한폭 내에서 개장 전 1시간 동안 호가를 받아 개장가를 결정한다.

KRX금시장은 금 현물을 1g 단위로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귀금속·보석산업의 발전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발표한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 거래 양성화방안'에 따라 추진됐다.

   
▲ 금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KRX 금시장'이 24일 정식 개장했다/뉴시스

 
매매거래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호가 접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매매체결은 경쟁매매방식으로 이뤄지며 단일가매매 시간 중 동일 가격에서는 실물사업자의 주문이 우선적으로 체결된다.

시장에 참여하는 회원은 매매거래 수탁이 가능한 '일반회원(증권·선물사)'과 중개업무가 불가능한 '자기매매회원(은행·실물업자)' 등 2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금융기관은 영업용순자본비율 150% 이상이어야 한다. 실물사업자인 자기매매회원은 최근 사업연도 기준 매출액 1억원 이상이고 신청일 현재 체납세액이 없어야 참여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는 대신증권·대우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 등 8개 증권사 일반 회원과 실물사업자인 자기매매회까지 총 57개 회원들로 구성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일반 회원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 국제 금 시세 하락 전망...금 거래소 이용 메리트 없어

한국거래소는 금 시장을 개설하면서 그동안 음성적으로 거래됐던 금 거래를 양성화해 세수를 확보하고 동시에 금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금 산업도 동반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인 국제 금 시세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거래소의 기대처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 시세는 국제정세가 불안할 때 마다 급등락을 반복하지만 기본적으로 올해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대체제인 금값은 약세를 보일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해외 전문가들은 올해 금값에 대핸 비관적인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 24일 오전 부산 동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X 금시장 개장식에 참가한 내외빈들이 전시된 골드바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위드머(Michael Widmer)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원자재 전략가는 19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6개월래 최고치까지 오른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까지 다시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릭 스푸너 CMC 마켓 애널리스트도 "양적완화가 금 가격을 지지하는 재료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를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국제 금 시세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인도처럼 금을 숭배해 국제 금 시세에 영향을 미칠만한 비중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기본적인 견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올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금값이 조금 올라갔지만 기본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띌 전망이어서 금값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국 거래소 금 시장이 개설됐지만 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가 금을 특별한 귀금속으로 우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떨어지는데 굳이 금을 보관할 만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한국은 금 보유랑 측면에서 중국이나 인도처럼 비중있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거래소도 국제 시세를 반영할 것인데 달러가 강하면 금 가격이 더 떨어지므로 거래소 금 현물 시장의 메리트가 없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