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타밀' 공식 수입하며 국내 제조업체 '허탈'...구매 대행업체들도 피해, 300억 시장 고스란히 이마트 손에
   
▲ 이마트가 공식 수입하는 유업 1위 분유 브랜드 압타밀 제품./이마트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지난 27일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 1위 분유 브랜드로 알려진 '압타밀'을 공식 수입한다고 알려왔다. '압타밀'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서만 구매해왔고 수입 분유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 분유 시장은 국내 전체 분유시장의 16%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약 90%가 압타밀이 차지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3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압타밀'에 대한 맹신은 남다르다. 

국내 분유 제조업체들은 국내 제품의 질이 절대 압타밀과 뒤지지 않는데도 '선진국에서 생산된 분유라 더 좋을 것'이라고 믿는 소비자들이 안타까웠고 육아 카페 등에서 올라오는 근거 없는 글들에 속앓이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압타밀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일었고 국내 분유제조업체들은 이 기회에 해외직구로 빼앗긴 16%의 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에서 압타밀을 공식 수입한다고 알리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허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마트는 국내 분유 제조업체 중 중소기업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면서 불거졌던 소비자 불만들을 공식 수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는 압타밀을 통해 식약처의 인증도 마쳤고 한국의 기준치에 맞게 제작한 분유를 수입한다. 또 네덜란드 본사인 뉴트리시아사도 전문 상담요원이 배치된 별도의 콜센터를 신설, 운영하고 한국 소비자를 위한 공식 웹사이트도 신설해 고객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국내 분유 제조업체들은 왜 하필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가 수입을 하느냐는 것이다. 향후 이마트의 분유 판매코너에는 국내 분유보다 수입 분유들이 더 많이 진열될 수 있을 것이며 현재 16%를 차지하는 수입분유 시장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거기다 약 150여개 업체로 추정되는 중소 구매대행 업체들도 이마트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압타밀을 이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외직구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압타밀 해외직구로 몰렸던 300억원이 이마트에게 넘어갈 수 있고 가격 주도권 역시 이마트가 쥐게 된다. 

특히 이마트는 그동안 압타밀을 키우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압타밀 시장을 키운 것은 엄마들의 입소문과 구매대행 업체들의 마케팅 영향이 컸다. 이마트는 압타밀을 초기부터 수입해 키운 것이 아닌 이미 성숙한 시장을 공식 수입을 통해 낚아챈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피코크, 노브랜드 등 자체 브랜드를 키우며 유통기업에서 제조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거의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브랜드 개발 및 디자인, 마케팅 등으로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지켜보는 제조업체들은 허탈해 질 수밖에 없다. 압타밀 수입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분유 제조업체들은 중소기업은 없지만 출산율 저하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마트가 이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 없이 수입업에 몰두하는 것은 대기업이 갖춰야할 면모는 아닌 것 같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