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에 더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신규 채용을 미뤄왔던 상당수 대기업이 이번 주부터 2017년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
다만 상반기 대졸 정규직 채용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취업 가뭄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들에 단비가 될지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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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 자료사진 |
2일 주요 그룹과 채용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을 시작으로 SK그룹과 삼성그룹 등도 이달 안으로 공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8일부터 반기 신입·인턴사원 공채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이번 채용에서 연구개발(R&D), 매뉴팩처링(Manufacturing), 전략지원, 소프트웨어 , 디자인 등 5개 부문에서 채용을 한다.
현대차는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를 포함한 전 계열사의 연간 채용 규모는 1만여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는 오는 10일 정오까지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서류전형 합격은 이달 마지막 주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기술경영, 차량설계, 차량평가 등 연구개발 부문부터 구매·부품 개발 등 매뉴팩처링 부문, 경영 기획, 마케팅, 재경 등 전략지원 부문까지 3개 분야에서 모집이 진행된다.
서류전형 합격자가 참여하는 HMAT(인적성 검사)와 역사에세이 전형은 다음 달 1일 실시된다. 이 전형에서 합격한 사람은 이후 두 차례의 면접을 통해 최종 입사가 결정된다.
인턴사원은 신입사원 채용 3부문 외에 소프트웨어 부문과 차량·브랜드 디자인 부문이 추가돼 총 5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R&D, 매뉴팩처링, 전략지원, 소프트웨어 부문은 내년 2월 졸업 예정자나 내년 8월 졸업 예정자가 지원할 수 있다. 디자인 부문은 기졸업자나 석사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HMAT와 1차 면접 전형을 진행해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뽑힌 인턴사원들은 올해 6월부터 7주간 업무 실습에 참여하게 된다.
LG그룹은 2일 LG화학을 시작으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등 계열사들이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에 들어간다.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 채용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원자들은 최대 3개 회사까지 중복해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채용한 인원은 총 1만2000여명이었다.
인·적성 검사는 다음 달 실시할 예정이며, 서류 중복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한 번만 응시하면 된다. 이어 1차 직무면접·2차 인성면접을 거쳐 6월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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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상반기 신입공채 인적성검사장 |
LG는 2014년부터 직무와 관련 없는 과도한 스펙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지원서에 스펙 관련 입력란을 뺐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연초부터 채용 인원을 대폭 확대할 것을 밝힌 SK그룹은 이달 중순부터 공채 원서 접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말 필기전형을 거쳐 5∼6월 계열사별로 면접을 진행하고 6월께 합격자를 발표한다.
최태원 회장이 연초부터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공격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는 올해 82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SK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투자(17조원)를 확대함과 동시에 인재를 더 확보해 대내외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 14조원보다 21% 늘었고 채용 규모도 200명가량 증가했다.
정확한 상반기 채용 인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계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상반기 공채 일정을 보류해왔던 삼성그룹도 이달 안으로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기소되는 등 특검 수사가 일단락되면 이달 중 공채 일정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은 올해부터 그룹 공채 방식으로 진행돼온 신입사원 모집을 계열사별 공채 형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대기업 상당수는 2017년 올 상반기 채용 인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낮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7년도 상반기 4년제 대학 졸업 정규 신입직 채용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107개사의 총 채용 계획 인원은 8465명으로 기업 한곳 당 평균 79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채용 규모 총 9286명보다 8.8% 감소한 수준이다.
업종별로 신입 공채를 진행하겠다는 기업의 비율은 전기·전자(68.8%), 자동차(53.8%), 식음료·외식업(45.8%)이 높았다. 반면 조선중공업의 경우 응답 기업 중 1곳만 신입 공채를 한다고 답했다.
채용 규모를 보면 작년 수주 급감을 경험하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계·철강업(-48.9%)과 조선·중공업(-46.7%)의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세 둔화와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의 영향으로 금융업(-31.6%), 건설업(30.3%)의 채용도 매우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1.8%), 전기전자분야(-3.0%)의 경우는 그나마 전년 수준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