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직원 통상적 인사…헌재·대법 담당 맞지만 탄핵정보 수집 안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가정보원은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불법사찰했다는 SBS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찰이라면 도청을 하든 미행을 하든 그런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이철우 정보위원장(자유한국당)이 전했다.

이병호 원장은 "가짜뉴스가 진짜처럼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는 걸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 보도 언론사에 항의 공문도 보냈고 언론중재위에도 제소했다"고 말했으며, '그렇다면 형사고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보위원들의 물음에도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또 브리핑에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국내정보수집 담당부서에 헌재·법원·검찰 등을 담당하는 '법조팀' 조직과 인력이 처 단위로 존재, 정보활동을 하느냐는 물음에 "한다"며 "일반적으로 통상적인 동향 파악은 한다. 그런 조직은 있다"고 답변했다.

헌재 등을 대상으로 한 정보활동의 이유로는 "국정원법 3조에 대공·대테러·국제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것에 한해서, 그 직무범위에 한해 스크린하기 위해서 한다"고 설명했다. '직무범위 외 내용은 다루지 않을 것이므로 보고서 공개가 가능하냐'는 물음이 있었으나 국정원은 응하지 않았다.

헌재를 사찰했다고 SBS가 보도한 '4급 직원 A씨'에 대해선 4급 직원이 헌재와 대법원을 맡고 있는 것은 "맞다"고 했으며, "올해 1월 초부터 담당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가 이전에도 헌재를 담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전에 헌재를 담당했는지는 추후 확인 후 보고하겠다"면서 사법부 정보수집 경력에 대해서는 "대략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법원을 담당한 적이 있다. 자세한 건 다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지난해 12월9일) 후 첫 인사로 4급 직원을 헌재 담당으로 배치한 건 헌재의 정보를 원활하게 수집하기 위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지는 않다. 통상적인 인사"라고 이 원장은 반박했다.

그는 "탄핵 이외의 동향 등 정보는 수집한다"며 "특별한 보고는 없었다. 다만 탄핵 담당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국회 정보위원회 이철우 위원장(가운데)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가 7일 오후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현안 보고를 위해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 직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A씨를 헌재 담당으로 인사 발령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있는 국정원 간부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물음에도 "아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해당 간부 본인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아울러 "헌재 법조 관계자를 만나 탄핵 관련 의견을 수집하고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추리해 상부에 보고한 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헌재에서 정보망을 구축, 첩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직무범위를 이탈하지 않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직무규정 외 내용을 수집한다면 이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A씨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문건'에도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사찰 논란(당시 거론된) 담당자가 (지금의) 헌재 담당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전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 "이 상황에서 헌재 사찰이 있었느냐 없었냐는 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불행"이라며 "국정원도 자체 단속을 하고 정치권에서도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국내정보 수집담당 국장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김병기 의원의 주장에는 "위원장도 모르는 요청이 있을 수 있나. 이건 순서를 밟았어야 한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계속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한꺼번에 4발을 쐈다는 건 새로운 것"이라면서 "우리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줄뿐더러 북미관계를 새롭게 하자는 의미도 보인다. 중국과의 관계도 그렇고 누구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5발을 발사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오늘 그 문제에 대해선 결론이 없었다. 4개로 이야기했다"라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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