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간 치부 공격·회유 압박 거듭…탄핵선고 갈등 분수령 될듯
[미디어펜=한기호 기자]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이달 13일 또는 10일로  점쳐지는 가운데 날짜가 임박할 수록 자유한국당 친박 실세그룹과 바른정당간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한국당 잠룡인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이혼이 아닌 별거 상태"라며 두 정당의 재통합 필요성을,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보수후보 단일화'를 거론하는 등 일부 '인력'도 작용하고 있지만, '척력'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어 양당 간 연대·통합 가능성이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역린'을 건드리면, 친박계는 박근혜 정부 여당의 중역을 맡았던 바른정당 주요 인사들의 행적을 들춰 배신자로 낙인찍는 한편 통합 불가 대상으로 지목하기까지 하고 있다. 

최근 바른정당 창당 주역인 김무성 의원과 태극기 집회의 탄핵 반대 여론을 등에 업은 윤상현 한국당 의원 간 설전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광주시당·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않은 행동을 너무 많이 해서 보수를 완전히 궤멸시키고 대한민국을 두 동강으로 절단냈다"며 "국정농단보다 더 큰 죄"라고 했다. "본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 같다"고 원색비난하기까지 했다.

   
▲ 바른정당 고문 김무성 의원./사진=미디어펜


'비참한 최후'라는 언급은 박 대통령과 정치적·이념적 대척점에서 정권퇴진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언사에 비견할만 하다.

그러자 윤 의원은 같은날 오후 "험한 말씀은 '탄핵이 100% 인용된다'로 족하다"며 "호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자신의 옛 주군에게 쓰니 듣기 민망하다. 그런다고 5%도 안 되는 존재감이 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품격만 해할 뿐"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김 의원은 전날(6일) "윤 의원이 '옛 주군' 운운했는데 박 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신 적이 없다. 친박 패권세력이 제게 박 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셔달라 요구한 것을 거부하다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다"고 친박계 탓으로 돌렸다.

김 의원의 최측근인 김성태 사무총장도 윤 의원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탄핵 반대 당론화 촉구 서명 등을 주도한 데 대해 "다른 이도 아닌 당원권 정지된 윤 의원이 소가 배꼽잡고 웃을 일을 했다"며 "친박들이 대통령을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여왕으로 모셨기에 이런 사단이 났음에도 날뛰고 있다"고 가세했다.

윤 의원은 지지않고 이같은 발언이 담긴 기사 캡처본, 김 의원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무소속 '친박 연대'로 출마했을 당시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재차 반격했다. 김 의원의 포스터에는 "박근혜와 나라를 지키고 남구를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적혔다.

   
▲ 사진=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윤 의원은 "박 대통령을 여왕으로 모셔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아무리 탈당했어도 '없는 말'을 하는 건 당대표까지 지낸 분의 도량은 아닌 듯하다. 여왕이라니 봉건시대도 아니고"라며 "박 대통령과 함께 하신 옛 사진에는 김 의원이 '주군'으로 모시는 듯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바른정당은 현 32명 의원이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를 약속해놓고도, 지도부가 공공연히 한국당을 향해 "탄핵에 찬성했던 한국당 의원 30여명이 탈당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압박과 회유를 거듭하기도 했다.

그러자 7일에 이르러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 측근 이우현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에 간 의원들은 이것(탄핵)이 사실인 줄 알고 했는데 후회하는 의원이 많다. 당에 다시 올 수 있게끔 지도부는 노력해달라"고 회유 전략으로 맞섰다.

그러면서도 "유승민 김무성 권성동 황영철 하태경 장제원 6명은 우리 당에 올 자격이 없다"고 완강히 선을 그으며 대립각을 노출했다.

정준길 한국당 원외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바른정당은 국민 지지라는 따뜻한 온기 없는 배신의 외양간에 살고 있다"며 바른정당의 저조한 지지율을 꼬집은 뒤 "바른정당 의원들은 더 이상 외양간에서 떨지 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라"고 직격한 바 있다.

   
▲ 자유한국당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여권 잠룡임에도 친박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놓고 바른정당이 러브콜을 보내자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치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바 있고, 바른정당은 '도로친박당' '최순실옹호당' '인명진 위원장은 독설 내뱉는 야누스'라고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양당의 신경전은 탄핵선고에 따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한국당은 바른정당을 대통령을 배신한 정당이라며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바른정당은 스스로 약속한 의원직 총사퇴 실천이라는 부담에도 직면한다.

반면 인용되면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입증됐다는 식으로 한국당을 몰아붙일 수 있고 한국당 중에서도 특히 친박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양당간 싸움은 향후 다가올 대선 국면에서 어느 한쪽이 범여권 내 주도권을 차지할 때까지 쉽사리 통합을 선택하기보다는 양보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