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서울 구치소에 머물고 있는 이 부회장의 결백을 법정에서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9일 오후 2시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실미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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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공판준비기일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소사실 설명하고,이 부회장 측이 의견을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특검이 신청한 증거에 관한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듣고, 이를 증거로 채택할지 검토하는 절차도 진행된다. 채택된 증거를 조사할 일정도 조율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특검의 법리 다툼은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1심 재판 결과는 5월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말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을 바랐고, 이를 위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측에 총 433억원 규모의 뇌물을 전달하거나 약속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은 ‘대가성’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강요에 의한 지원일 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서 도움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 뒤에도 삼성은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삼성은 결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은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은 물론, 그룹이 조직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벗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이번 재판을 준비하면서 법무법인 태평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력파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삼성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은 물론, 조속한 경영 복귀가 중요하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수뇌부가 집단 사퇴를 결정하면서 삼성은 중심축 부재를 고민하고 있다.
삼성의 60개 계열사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 체제에 들어갔지만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새로운 시스템 조기 안정화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물은 이 부회장 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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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
또한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의 손과 발이 묶인 상항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과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삼성은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소환할 때부터 우려의 시선을 보내온 재계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법원의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의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가치가 여기서 더 손상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힘들 수 있다는 이유다.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 중국의 ‘사드보복’이 가시화 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도 확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이 부회장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삼성은 법적 처벌을 받은 것과 같은 상처를 입었다”며 “법리에 근거한 재판이 진행되겠지만 재판부가 삼성과 우리 경제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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