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 6·25 전쟁고아 1000여 명을 살려 '전쟁고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고 한국 공군 강화에도 기여한 고(故) 딘 헤스(Dean E. Hess) 미 공군 대령의 공적 기념비가 9일 제주에 세워졌다.
공군은 이날 헤스 대령의 2주기를 맞아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공적 기념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헤스 대령은 한국 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중공군의 공세로 1·4 후퇴를 앞둔 1950년 12월, 러셀 블레이즈델 군목과 함께 서울의 전쟁고아 1000여 명을 미 공군 C-54 수송기 15대에 태워 제주도로 피신시켰다.
제주도에 전쟁고아들을 위한 보육원을 짓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시로 한국을 찾아 고아들을 지원하고 20년 넘게 전쟁고아를 위한 모금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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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공군 |
또한 헤스 대령은 전투기 한 대 없던 초창기 대한민국 공군을 최단 시간 내 거듭나게 했다.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이 대한민국 공군의 F-51 전투기 훈련과 전투 조종사 양성을 위해 창설한 바우트 원(BOUT-1)부대를 맡아 한국 공군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1년간 무려 250여 회 출격하며 전쟁 초기 적 지상군을 격퇴하는 데 기여했으며 한국 공군 정비사가 대령의 F-51 전투기에 써준 '신념의 조인, By Faith I Fly)'이란 글귀는 한미 공군 우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헤스 대령은 2015년 3월 3일 미국 오하이주에서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제주도에 기념비가 세워진 이유는 그가 '전송가'(Battle Hyme)란 제목의 자서전에서 "6.25 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의 고통과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를 세우고 '우리가 구조할 수 없었던 생명들을 추모하며'라는 글귀를 새겨달라"고 밝힌 소망 때문이다.
공군은 고인의 바람을 받들고 공적도 기리고자 광림교회가 전액 지원한 제작 비용으로 작년 4월부터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기념사에서 "제주도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전쟁고아들을 잊지 못하고 그들을 위한 작은 기념비 설립을 소망했던 딘 헤스 대령의 숭고한 뜻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며 "공적기념비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수호와 공군 발전을 위한 고인의 노고와 업적을 기리는 것은 물론 전쟁고아들을 위해 헌신했던 딘 헤스 대령과 러셀 블레이즈델 목사의 사랑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딘 헤스 대령의 장남 레리 헤스씨와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 마크 내퍼 주한미대사 대리, 더불어 민주당 위성곤 의원, 토마스 버거슨 미7공군사령관, 딘 헤스 대령과 함께 출격했던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 이강화 예비역 준장 등 한국전 참전 조종사들과 딘 헤스 대령의 후원을 받았던 이들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헤스 대령의 아들 래리 헤스 씨는 "어떤 이가 아버지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사랑'이란 단어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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