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때 오면 협력키로 했다"…김종인 "劉 준비 많이한듯" 호평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을 탈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9일 탈당 후 첫 정치행보로서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과 독대했다.

김종인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약 70분간 오찬 회동을 갖고 폭넓은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추후 협력을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김 전 대표가 주창한 슬로건 '경제민주화'는 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경제·안보 문제와 개헌을 포함한 정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 경제와 안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며 "경제와 안보에 대해선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면서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되는 때가 오면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사진=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또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김 전 대표가 개헌을 한다면 2020년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이행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나는 (의원직까지) 다 던졌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워낙 어려운데, 할 역할이 있으면 다 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으며 "굉장히 어렵지만 같이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의 입당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직면한 여러가지 상황을 이야기하며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한 것"이라며 "오늘 만난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지난번 (2월28일) 토론회에서 사회를 봐줘서 고맙다고 유 의원이 밥 산다고 해서 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신의 탈당이 '제3지대 구축을 위한 판흔들기'라는 관측에는 "천만에…내가 무슨 판을 흔드나. 무슨 '연대'니 뭐니 하는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다"고 부인했다. 탄핵 인용시 당적을 가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을 떠난 사람이 무슨 당적을 가지느냐"고 반문했다.

반문개헌연대 구축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도 접촉할 예정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기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김종인 전 의원 페이스북


앞서 회동 공개 부분에서 유 의원은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다. 헌재 결정 후 태극기와 촛불로 국민이 갈려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김 전 대표가 역할을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김 전 대표는 "틀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운 몸이 됐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 헌재 판결이 나면 어떤 식으로든 나라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텐데, 그런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나라의 장래를 위해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탈당 배경에 대해 "더민주가 지난해 총선을 치르고 제1당이 돼서 구실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했지만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2월 국회도 맹탕이 됐다. 더 앉아서 스스로의 속임수에 양심의 가책을 받느니 그만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유권자들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대한민국도 혁신, 리세팅을 해야 한다"며 "무엇을 리세팅해야 할지 확실히 집어내야 하는데 토론회 등을 보면 유 의원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추어올렸다. 이는 지난달 28일 자신이 좌장을 맡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유 의원이 토론 맞수로 나선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토론회를 지켜 본 소감을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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