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비박 제3지대 연대 명분만들기 부심, 아직 安은 결선투표 기대
與 지지율 미약·탄핵 전면반대 주자들 위기…'반좌파' 홍준표 세 결집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가 10일 인용됨에 따라 자유한국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탄핵 반대파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되는 한편 일단 개헌과 '반(反)문재인'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가 부상할 전망이다.

한때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박 대통령의 직위와 집권 명분은 물론 보수정권이 지향해온 정책마저 모두 폐기 대상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탄핵 인용 이후 60일 이내로 대선이 치러져야 하는 상황에서 친박계가 주축이 돼 재집권을 도모하기는 난망하다.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사진=연합뉴스


보수 대 진보 '양자 대결'을 위한 명분 쌓기에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며,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 문재인 전 대표 대 '반문 후보' 간 대결 국면으로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초 '보수후보 단일화'를 고집해온 '반박근혜' 주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한국당은 물론 좌파성향의 국민의당도 연대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방향으로 연대 폭을 넓혀온 상황이다.

유 의원은 '친문패권'에 반발해 더민주를 탈당한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전날(9일) 오찬을 갖고 70여분간 독대하며 경제·안보·개헌 등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 "힘을 합칠 때가 되면 협력하자"고 약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일찍이 반문연대를 천명해온 바른정당 주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접촉한다.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역시 전날 반문과 개헌을 기치로 현 대권주자들이 연대해야 한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그 세력을 연대하는 역할을 하는 게 대선을 이기는 길이고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공언하는 등 연대 '명분 만들기'에 나섰다. 김 전 대표와의 접촉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비문 후보 압축 과정에 있어 연대 성사 여부, 실질적 파괴력, 구심점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의원 61명이 탄핵 반대 탄원서까지 제출했던 한국당은 탄핵 후유증으로 조속한 연대 합류가 어려워 일단은 국민의당·바른정당, 더민주 비문계 위주로 뭉칠 가능성이 높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왼쪽) 등을 구심점으로 한 반문재인 개헌연대가 실체화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3지대의 구심점으로는 김 전 대표가 스스로 출마하지 않는 이상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위권 내 드는데다, 현재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가정했을 때 가장 적은 차이가 나는 후보로 꼽힌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측은 아직까지 연정론과 긋고 있고 정치적 결선투표제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김 전 대표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호평,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워온 유 의원의 부상 가능성도 점쳐볼 만 하다. 다만 제3지대 연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설만 무성했고 실체화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제3지대로 모여든 후보들이 최종 비문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재차 분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한국당 콘크리트 지지층의 표심을 얻는 것도 하나의 과제로 주어지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불출마가 선행돼야 하며, 불출마하더라도 보수 대안으로 떠오른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로 표심이 향할 수 있다. 

두 인물이 모두 대권을 포기하더라도 철저한 반박근혜 노선과 좌성향을 띤 제3지대 세력이 여권 표심에 어필해 성과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으로 한국당에서는 친박계 실세를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질타, 박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가감없이 비판하면서도 철저한 반좌파 노선을 드러내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새로운 보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서도 '성완종 사건' 무죄가 확정되지 않아 돌아오지 않은 당원권을 복권시키는 데에 긍정적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달 20일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선 이래 최근에는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만나 탄핵 결과와 무관하게 "전열을 재정비하면 된다"고 독려하는 등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친박계와 일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보수이념 선명성을 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최근 여권의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 지사는 전날(9일) "때가 되면 당비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인명진 비대위원장에게 언질을 주는 등, 그의 행보는 당원권 복권과 대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유 의원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등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유력한 보수 주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는 대선의 최종 국면이 '5대 5 좌우 대결'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좌파진영과 철저한 대립각을 세우며 '반패권 제3지대론'과 명분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한편 탄핵심판에 절차적 문제만을 제기한 홍 지사와 달리,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나 김문수 비대위원 등 주자들은 지금까지의 지지율 침체와 겹쳐 입지가 더욱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