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이자 대한민국 여성 헌법재판관 2호. 헤어롤 출근 모습으로 화제가 됐던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퇴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8명의 재판관 중 가장 나이가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늦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2011년 3월 1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됐다. 울산 출생으로 마산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지난달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가 강일원 주심에 대해 '국회 수석대리인'이라고 비난하자  "말씀이 심하다. 언행 조심해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취지의 발언이 이어지자 "재판부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하는 등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저녁 헌법재판관 8명 모두가 헌재 인근 한 식당에 모여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관들이 한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인 것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된 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술 자리에서는 힘든 심경을 토로하며 꽤 많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 13일 퇴임한 이정미 재판관에게 가장 고심의 판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었다. 그의 심정은 13일 퇴임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이 권한대행은 "헌재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헌법재판관 재임시절 사건 처리에서는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로 주목 받았다. 이정미 재판관은 2014년 12월 선고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국회선진화법 등 주요 사건들도 심리했다. '간통죄'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단한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헌법소원 사건에도 참여하며 헌정사 남을 만한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해왔다는 평가다.

이정미 재판관에게 가장 고심의 판결은 퇴임을 앞두고 맡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었다. 그의 심정은 13일 퇴임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이 권한대행은 "헌재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권한대행은 중국 고전 한비자의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는 구절을 인용한 뒤 "이 소절이 주는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이라며 대통령 파면선고의 고뇌스러웠던 시간을 소회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세계 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내부적 갈등과 분열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다"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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