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과 반대토론·의사진행발언 신청하려 했으나 丁의장이 거부"
12가지 문제점 제시…"靑 압색 거부 당연, 직무정지 대통령 책임 아냐"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김진태 의원은 13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과 관련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며 12가지 사항으로 분류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 당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직전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단 한사람도 없었고 국회의장이 못하게 한 사실도 없다'고 규정한 데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야당 주장을 그냥 가져다 베꼈느냐"고 질타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불복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청구인(대통령)이 어제(12일)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갔기 때문에 이미 승복한 것"이라고 선을 그어둔 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헌재 결정에 동의하고 재판관들을 존경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판례 비평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헌재의 이번 결정은 법리를 무시한 정치판결이다. 지켜야 할 헌법질서를 오히려 무너뜨렸다. 법리를 제대로 따지지도 않았고 사실 인정도 어설펐으며 재판관들의 편협한 인식만 드러냈다"며 "이래놓고 무조건 따르라면 따를 수 있나.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애국시민을 흥분시켜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도 법조인이고 평생 법원판결을 존중하며 살아왔으나, 헌재 결정문을 꼼꼼이 읽어보면 수긍이 가기는 커녕 분노가 치민다"며 스스로가 12가지로 분류한 문제점과 분석을 제시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문을 자체 분석한 결과를 들어 헌재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9일 같은당 조원진 의원과 자신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본회의 의사진행발언 신청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아무도 토론을 희망하지 않았다'는 헌재의 주장을 반박했다./사진=미디어펜


김 의원은 우선 "탄핵의 절차 요건은 변호인과 합의할 문제가 아니고 (헌재의) 직권조사 사항"이라며 "그 많은 각하 사유를, 선고 전날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헌재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따져봐야 하는데 (대통령 변호인단과) '합의해놨으니 더 이상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간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8인 재판관 체제로 파면 결정을 내린 것에도 "헌재법 23조에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 심리만 할 수 있게 한다"며 "마지막 결정할 때는 9명이 전원 있어야 한다는 게 법에 명시돼 있고 자신들 스스로 결정을 통해 밝힌 바도 있다"고 비판했다.

헌재소장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임명할 수 없었지 않느냐는 주장에는 "헌재소장 임명에 논란이 있다면 (헌재소장이 아닌) 헌법재판관만 충원해도 되는 거였다"며 "더 이상 그런 궤변은 통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하나, 결정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본회의장 토론도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에 헌재는 '토론을 희망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으면서 무슨 소리냐'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같은당 친박계 중진 조원진 전 최고위원이 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9일 본회의에 앞서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의사진행발언 신청서'를 들어 보였다. 이어 "저도 희망했다"며 "아무도 신청한 사람이, 희망한 사람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요한 사안에 '반대 토론'이 왜 없었겠나. 조 의원도 저도 원했지만 '인사에 관한 사항'이고 어쩌고 해서 (사무처에서) 받아주지 않더라. 그래서 조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이라도 신청했는데 정세균 의장이 받아주지 않은 것이고, 저는 조 의원의 뒤에 신청하려다가 이 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포기했다"며 "이런데도 아무도 희망자가 없었다니, 헌재가 사실을 인정하는 게 이런 식이다. 도대체 야당 주장을 그냥 가져다 베낀 것이냐"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당초 주된 소추사유가 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간 '뇌물죄', 세월호 참사 관련 '생명권 침해'였음에도 파면 결정의 근거에서 빠진 점, 중범죄와 거리가 먼 '직권남용'을 문제삼으면서 '대통령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거나 '대통령으로서 특정 기업을 이득을 주려 한 것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취지의 판결도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영태 일당의 실체에 대해 헌재는 알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며 "국정농단을 한 게 최순실과 고영태 일당이고, 최서원(최순실의 개명한 이름)은 고영태에게 속았다고 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겠나. 대통령도 최서원에게 속았을 수 있다는 게 훨씬 상식적인데 이걸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한줄로 적고 차버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곱번째로 역대 대통령들의 비리와 비교했을 때 피청구인은 (혐의가) 훨씬 적었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불법의 평등은 없다'는 교묘한 말을 썼다. 말장난으로 넘어갈 것이냐"며 "몇 조원, 1천억 넘게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 중 파면당한 사람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시청광장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사진=김진태 의원실 제공


김 의원은 "피청구인이 최서원의 존재를 계속 은폐했다, 그래서 헌법수호의지가 없다고 했는데 은폐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10월24일 언론보도가 나오고 25일 바로 대국민 담화를 했다. 정윤회 사건도 숨기다가 이렇게 됐으니 문제가 아주 크다고 했는데, 정윤회 사건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헌재는 무조건 언론에서, 야당에서 얘기가 나오면 사실인 것처럼 인식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가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를 문제삼은 것에도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고 구속 수사도 할 수 없으니 강제수사 성격인 압수수색도 할 수 없는 것이고 법원에서도 판단을 받았다"며 "피청구인은 압수수색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권한 자체도 없었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었는데 책임을 지우는 헌재는 그 정도 법리도 판단하지 못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실제로 청와대 압수수색 여부 논란 당시 승인권은 황교안 권한대행 에게 있었고, 불승인된 바 있다.

그는 "8대 0결정이니까 승복하라니, 8대 0이라는 자체로 민주적이고 그렇게 명백하고 간단한 사안인가. 통진당 해산에서도 반대의견이 하나 나왔었다"며 "한두 명이라도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 혹시라도 마지막 다수 의견에 동조했다면 재판관의 양심과 소신을 팔고 다수의 등 뒤에 숨으려 한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헌재에서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행보와 관련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이 비난성 언급을 '보충의견'으로 달아놓은 데 대해 '의도적인 망신주기'라고 규정, "(참사 당일) 집무실이 아닌 관저 근무 자체를 불성실하다고 판단한 것도 논리의 비약이 굉장히 심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는 안창호 재판관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며 대통령 권력 분산형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시한 데 대해 "헌재는 재판하는 곳이지 개헌하는 곳이 아니다"며 "직권남용"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힘이 그렇게 셌다면 재판받고 파면을 당했겠나. 오히려 국회 힘이 더 셌다"며 "헌법재판관에게 교육받아야 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작 말을 해야 할 곳에서는 아끼고 정당대표 연설문에나 나올 법한 말을 헌재 결정문에서 보고 있자니 심한 모욕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측이 토론 의사가 없었다'는 헌재 주장과 관련 "국회 의사국에 신청서를 냈는데 희망자가 없었다는 건 잘못"이라고 거듭 밝힌 뒤 '허위사실 유포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온 세상이 다 허위사실 유포니까, 헌재 결정문도 그런지는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박 전 대통령이 돕거나 방조했다는 헌재 판단에도 "헌재는 이를 그냥 다 알았다고 판단해버렸는데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며 "더 문제는 '그걸 몰랐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헌재 결정문에 써있는데 그건 너무 나간 것"이라면서 "다른 공익적 목적이 있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특정 기업을 돕지 말라니, 헌재가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해서는 대선 국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대선 이후 실시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타진했고, 반대로 신병 확보조차 안 된 고영태 일당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