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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상장사의 대주주 등 임원들의 연봉공개가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올해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이사들의 연봉내역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들은 3월말까지 이를 공시해야 한다. 상장사 임원들의 연봉공개는 무척 민감한 사안이고, 프라이버시에 속한다는 점에서 해당기업과 임원들의 부담도 커져만 가고 있다.
가장 먼저 총대를 멘 경영자는 허창수 GS건설 회장. 재계총리인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회장은 GS건설에서 지난해 17억2700만원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삼성에선 김봉영 삼성에버랜드사장이 18억6700만원, LG그룹에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11억5200만원을 각각 신고했다. GS건설이나 LG디스플레이 등은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건설업체, 글로벌 전자업체라는 점에서 외국업체에 비해 연봉규모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노조와 좌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기이사 연봉 주시
이제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야당과 좌파시민단체, 노조가 주시하고 있는 곳은 삼성과 현대차 최고경영자들의 연봉규모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인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사장, 윤부근사장 등과 현대차 정몽구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부자와 전문경영인들이 받는 돈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룹총수인 이건희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 이회장은 무보수로 경영하고 있다. 때문에 민노총 등 급진 노조나 좌파들이 이회장을 표적으로 삼을 수 없다.
임원 연봉 공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독특한 성향 때문이다. 대부분이 불문곡직하고, 고액 연봉을 받을만한 대주주와 임원들의 능력과 경영실적, 외국기업 경영자와의 비교 등은 해보지도 않은채 증오와 질투의 감정부터 드러내기 때문이다. 강성노조는 고액연봉을 빌미로 분규를 일으킬 것이 불보듯 뻔하다. 연봉공개가 결국은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자에 대한 여론재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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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은 세계자동차시장에서 글로럽메이저로 부상했다. 매출및 실적, 생산량 면에서 이미 글로벌 톱5의 위상을 확보했다. 현대차 등기임원들의 연봉은 미국 GM및 포드 등에 비해 10~30%에 불과하다. 대주주와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문제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금은 기업인의 기를 최대한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노조도 이를 빌미로 분규를 일으키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
미국에서도 연봉공시 제도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개별임원들의 보수 공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연봉공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상구조가 비효율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오와 질시의 기업인 때리기로 흐르는 것 경계해야
연봉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을 주도한 의원은 이목희 민주당의원이다. 이의원은 80~90년대 급진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반기업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19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주도해 상장사 등기이사 중 연봉 5억원이 넘는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했다. 기업인 망신주기의 선봉에 선 좌파성향 의원이다.
연봉공개는 앞으로 커다란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기업에 악성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어렵게 하는 악재가 되고 있다는 점. 정부는 그동안 대주주에 대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로 등재할 것을 요구해왔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정부는 재벌개혁의 핵심사안으로 이 문제를 밀어부쳤다. 그런데 연봉공개는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다시금 어렵게 만들고 있다.
총수들이 연봉공개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고, 노조와 좌파단체에서 이를 물고 늘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용진 신세계부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다른 그룹총수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총수 등 대주주 책임경영 어렵게 할 것
마녀사냥식으로 글로벌 기업인들을 몰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의 공개대상 임원은 권오현 부품(DS)부회장, 신종균 IM(IT 및 모바일)사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이다. 이중 갤럭시 S시리즈로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하는 신종균 사장의 연봉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연봉총액은 지난해 338억원. 등기임원당 평균 84억원이다. 물론 일반봉급자들이나 삼성전자 사원들에 비해선 무척 많은 금액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삼성전자 임원들의 연봉이 과연 글로벌 경쟁기업들에 비해 많은 가 하는 점이다. 세계 IT업계를 주도하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최고경영자과 비교하면 어떤가 하는 점이다. 삼성과 스마트폰시장에서 치열하게 전쟁중인 애플 경영진 5명의 평균 연봉은 667억원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비해 평균 7.9배나 많았다. 애플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는 임원은 로버트 맨스필드 기술담당 수석부사장으로 914억원이나 된다. 삼성전자 외형의 3분의 1에 불과한 구글의 경영진 연봉도 363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7배다.
삼성전자 등기임원들의 평균연봉은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 경영진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최고의 전자메이커로 부상한 삼성전자의 휘황찬란한 실적을 감안하면 임원들이 오히려 적게 받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등기임원 평균연봉, 애플의 7분의 1수준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와 기아차 매출액은 지난해 각각 87조원, 47조원을 기록했다. 형제 자동차회사의 매출액을 합하면 134조원. 양사의 영업이익은 각각 8조3000억원, 3조170억원이다. 두 개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총11조4000억원 가량된다.
현대차 등기임원들인 정몽구회장 정의선 부회장 김충호사장 윤갑한 사장 등 등기임원의 평균연봉은 199만달러(21억원). 이는 미국 GM, 포드 등 경쟁사 최고경영자 연봉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750억달러로 GM(1523억 달러), 포드(1343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지만 경영진 연봉은 199만 달러로 각각 18%, 3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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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사 등기임원들에 대한 연봉공개가 대주주 책임경영 위축, 노사분규 조장과 기업인 여론재판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국내기업들의 임원연봉을 국내의 좁은 시각에서 재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올해 주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이제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SK텔레콤 등 주요기업들의 연봉공개가 이달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연봉공개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현대차도 미국 GM의 18%그쳐
하지만 차분히 이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연봉공개가 총수와 최고경영자에 대해 여론재판, 기업인 때리기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증오와 질투, 질시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된다. 이미 좌파시민단체들과 노동계, 일부 야당의원들은 이를 무기로 대기업들을 마녀사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조도 분규를 일으키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다.
지금같은 극심한 경제침체기에는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야 한다. 기업들에 대한 온갖 규제를 혁파해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인을 신명나게 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을 적대시하는 경제민주화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경제촉진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은 청와대 끝장토론을 통해서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죽여야 할 암덩어리’, ‘쳐부셔야 할 원수’라는 극단적 용어를 써가며 기업들의 손톱밑가시와 대못규제를 뽑아낼 것을 촉구했다. 규제에 미온적인 관료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추진중이다. 박대통령의 규제혁파 의지는 사뭇 비장하다.
마냥 반대만 해온 야당도 규제혁파만은 동참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딴지를 걸어선 희망이 없다. 기업을 적으로 만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권탈환 야망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기업을 죽이는 것은 경제를 망치고, 일자리도 줄이는 악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만년 야당을 하겠다고 작정을 하려면 규제개혁에 청개구리식 행보를 보이면 된다. 기업의 목을 죄는 규제강화로 가면 된다. 그러면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 승리와 대권야망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이젠 기업인 기살리기, 기업가 정신 북돋울 때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연봉공개를 빌미로 기업인에 대해 위화감을 부채질해선 안된다. 글로벌 경쟁현장에서 피를 말리는 경제전쟁을 벌이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어선 안된다. 이들을 인민재판해선 안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의 퍼포먼스가 좋다면 최고경영자들이 거기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는 것도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봤자 미국 등 외국기업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다. 주주들이나 국민들도 이를 이해해야 한다. 대주주나 총수들의 책임경영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는 이를 악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임원들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임금인상과 경영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뿐이다. 더구나 노사갈등과 사회적 여론에 밀려 보수의 하향평준화가 이뤄질 경우 유능한 글로벌 인재의 영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