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명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경선캠프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를 영입하면서 정책기조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김광두 원장과 김상조 소장은 ‘재벌개혁’과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한 문 전 대표의 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재벌개혁의 경우 기존 ‘10대 재벌’이 ‘4대 재벌’로 축소됐고, 특히 삼성그룹에 초점을 맞춰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했다. 또 지배구조는 그 대상을 확대해 시장친화적으로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의 접근을 주장했다.
김 소장은 “재벌개혁은 4대 재벌에 집중해 최상위 그룹, 특히 삼성에 집중해서 엄격하게 집행하겠다”며 “재벌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총수 일가의 낙후된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배구조의 문제는 지금보다도 더 넓은 범위의 그룹들을 대상으로 해서 좀 더 시장친화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의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를 거론, “자산 5조원과 10조원 기준으로 30~60개 재벌그룹에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우선 정규직 전환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제안됐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원이 130만명인데 행정통계상 230만명으로 집계되는 만큼 비정규직 10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
|
|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사진=연합뉴스 |
아울러 사회서비스 확대에 초점을 맞춘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소장은 “100만명의 비정규직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공공 부문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라며 “또 사회서비스 확충이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므로 이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단순히 국민의 세금을 더 써서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 사람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동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문 전 대표는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이후 벌써부터 그동안 당의 김진표 의원·이용섭 전 의원과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이 주도했던 경제정책 기조에 혼선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조 소장의 재벌개혁은 큰 방향에서 문 전 대표와 일치하지만 각론에선 견해가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령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 방안의 핵심을 2금융권(증권·보험·카드) 계열사들을 대기업그룹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소장은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한 재벌은 삼성 하나뿐”인 상황을 지적하면서 “재벌 전체를 대상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소장은 문 전 대표의 정책캠프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재벌개혁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온 최정표 건국대 교수와 ‘출자총액제한제’를 놓고도 입장차가 크다. 최 교수는 “출총제 부활”을 강력 주장하지만 김 소장은 “이미 대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로 상당 부분 전환한 상태에서 출총제 부활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상조 소장은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진보 경제학자이며,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경제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줄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제안한 장본인으로 시장과 성장을 강조하는 ‘서강학파’의 좌장이다. 이런 점에서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이 좌우를 아우를 통합정책을 예고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선에 맞춰 나온 임기응변식 경제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문 전 대표의 경선 상대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도 “도대체 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 지향점은 무엇인지 혼동스럽다”며 “사공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