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부자를 만든다?…기본소득제는 물가상승·도덕적 해이만 불러
소비의 미덕 VS 저축의 미덕 

“돈을 쓰는 것보다는 돈을 모으는 데 재미를 붙여야 한다” 어려서부터 할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모라도 자식에게는 좋은 것만 물려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에게 절약과 저축의 미덕을 가르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가는 국민들에게 소비의 미덕만을 강조한다.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절약과 저축’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면 나쁜 일이 된다는 것은 사실일까. 얼른 봐도 모순이다.

돈이 '돌다보니’ 돈이 '늘어났다’는 주장은 허구다

그런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 같이 모순된 경제 논리를 대선 공약이라고 들고 나왔다. 마을에 있는 호텔, 가구점, 치킨집, 문방구에 돈이 한 바퀴 돌고 나면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화폐 유통을 경제 활성화라고 우길 수 있는 이유는 이렇다. 결과적으로 마을에 새로 들어온 돈은 없지만, 가구점과 치킨집, 문방구는 10만원의 소득을 얻었다. 금세 소비로 써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각각 10만원씩의 소득을 얻은 셈이다. 얼핏 보면 경제가 활성화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런 오류는 화폐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환상에서 기인한다. 가구점과 치킨집, 문방구가 얻은 소득 10만원이 그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화페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화폐를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끝난 지는 이미 오래다. 화폐는 그 돈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을 때 가치가 생긴다. 

만약 마을에 돈 10만원이 돌아 모두 10만원어치씩 부자가 될 수 있다면, 1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 1000만원을 유통시켜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게 1000만원이라는 돈을 찍어 열심히 돌려봐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돈은 돌았지만 누구의 부(富)도 늘지 않았다면, 화폐 유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국가가 하려는 그 일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 내거나 생산성의 증대를 불러오느냐’하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 화폐유통은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한다./사진=미디어펜


돈이 돌기만 하면 물가만 오른다는 아픈 진실

이재명 시장의 주장대로 생산성 향상이나 생산 증대라는 실질적 발전 없이 화폐가 돌기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 기본소득이라는 '공돈’이 풀리면 물가상승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 또 다른 개인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실물 경제는 그대로인데 너도나도 돈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겠지만 이런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 모두가 손에 쥔 화폐가 늘어나면서 화폐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 머지않아 물가가 오르고, 정부가 뿌려댄 돈이 한낱 종잇조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500원 주고 사먹던 빵을 이제는 1000원 주고 사먹어야 되는 상황이 된다. 화폐 유통의 결과 모두가 부자가 되기는커녕, 다 같이 가난해진 것이다. 

진짜 우리를 잘 살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닌 '생산’

우리를 잘 살게 만드는 것은 '생산’뿐이다. 국부를 측정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P가 Product, 즉 생산을 의미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을 늘리거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쉽게 말해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생산하거나, 같은 양을 더 적은 돈을 들여 생산하는 것이다. 이 둘 중 하나가 가능할 때, 물건의 가격이 떨어지고 우리는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짜 부자가 되는 길이요, 진짜 경제 활성화다.

   
▲ 생산성 향상이나 생산 증대라는 실질적 발전 없이 화폐가 돌기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사진=미디어펜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문명의 발전은 자본, 즉 '저축’으로부터 시작

생산성을 늘리고, 그렇게 절약된 노동력과 자본으로 또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내면서 풍족해져 온 것이 인류의 발전 역사다. 증기기관차의 발명이나 전기의 발견, 또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기술 발전의 순간마다 인류가 폭발적인 부의 증가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자동차나 냉장고, 에어컨에 사치재인 시절을 지나 필수재가 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 발전이 생산성의 증대를 불러왔고, 그 결과 삶의 질이 향상됐다. 

결국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한 핵심은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다. 투자는 기업의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고, 자본은 개인으로 따지자면 '저축’에 해당한다. 저축의 미덕을 가르친 할머니의 교훈은 국가로 확장해도 유효하다는 뜻이다. 그저 소비에 머물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상은 경제 논리의 몰이해, 인류 발전 역사의 몰이해에서 온 무지의 소산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국가나 정치인이 나서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할 때 손실을 따지는 방법 말이다. 국가가 하려는 그 일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 내거나 생산성의 증대를 불러오느냐’하는 것.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하겠다고 하는 그 일은 정치인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 확실하다. 화폐유통은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한다. 그러니 그 일은 이재명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에 속지 말자. /이슬기 자유경제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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