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에 팔촌까지 엮어 공정성 운운…정치 권력 앞에 한없이 초라해진 사법부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이재용 재판부 또 바꿔…안민석 의혹제기에 쩔쩔매는 법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담당 재판부가 재변경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의 재판을 맡았던 형사합의33부 이영훈 부장판사의 장인 임모 씨(76)가 최순실 씨의 후견인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안민석 의원의 의혹제기에 쩔쩔매는 법원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이 갓 시작된 상태다. 당사자 모두 검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온갖 추측 정황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부장판사의 장인 임씨가 최씨 일가와 인연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30~40년 전 인연이다. 임씨는 과거 정수장학회 이사를 맡았었고 최씨가 1970년대 독일에 갈 때 지인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이후 임씨는 30년 이상 최씨 일가와 교류가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뒤 임씨가 최씨 일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후견인 역할을 한 적은 없다. 이 부장판사는 장인의 과거 인연을 전혀 몰랐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이 부회장 사건을 형사33부에서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로 재배당했다. 안민석 의원의 의혹제기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이 부장판사 본인이 재배당을 요청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안 의원의 루머 제기 앞에 한없이 초라해져 보이는 법원이다.

   
▲ 이번 이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를 재차 재배당했다. 법원은 일개 루머에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렸다./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의혹을 제기했던 안민석 의원 본인은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막말로 유명하다. 지난 1월 19일 조의연 부장판사의 이재용 영장 기각에 대해 “사법부 향해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입니다. 욕설이라도 하고 싶은”이라며 “사법부가 완전히 미쳤어요”라고 맹비난했다. 

안 의원은 작년 12월 6일 국회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지선다형 돌려막기 재용. 제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은 별명입니다. 하루종일 똑같은 대답만을 하고 있어요. 이것은 정말 이재용 부회장이 무능한 분이거나 국민을 우롱하는 분이거나. 오늘 대답하신 걸로는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에요. 기분 나쁘시겠지만. 그러다 삼성 직원들한테 탄핵 받아요”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부회장 재판의 배당은 이번으로 세 번째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이 부장판사는 장인의 일을 몰랐지만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해명했다.

애초에 법원은 무작위 전산배당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에 배당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조 부장판사의 요청으로 형사합의33부에 재배당했다. 이에 이어 이번 이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를 재차 재배당했다. 법원은 일개 루머에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번 사례만 놓고 보면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인척 관계, 그것도 30년 전 지인을 소개해준 인연까지 안민석 의원이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십 년 전 지나간 과거 이력에 4~5다리만 보태면 대부분 이어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돈에 팔촌까지 다 따져서 공정성을 운운하면 어떤 판사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MP카드뉴스]안민석의 갑질 "너 몇 살이야!"/사진=미디어펜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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