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전자업계의 엔지니어 출신 부회장 3인방이 ‘IT코리아’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3인방은 현재 회사의 현안 점검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매진 중이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지휘하는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는 최근 상승세 지속하고 있다. 모두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올 1분기에도 기존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은 ‘어닝서프라이즈’가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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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부회장 3인방은 엔지니어로 현업에 근무했다는 것과 모두 총수의 큰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조 부회장과 박 부회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의 방향타가 이들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
이들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도 이 같은 부분이 잘 나타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철저한 미래 준비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자”고 말했다. 기술 혁신과 사업 고도화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시장과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메시지다.
조 부회장은 품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고객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협력회사까지 ‘일등 품질’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오히려 걸림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도체 기술 자체가 극심한 변곡점 위에 놓여 있다”며 “오직 기술만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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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사진=LG전자 |
3명의 부회장들이 항상 ‘기술’을 내세우는 것은 현업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과 박 부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조 부회장은 가전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CEO에 올랐다.
최근 IT업황의 호조로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모두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1분기는 물론, 올 한해 알찬 수익을 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머릿 속에 ‘안도’라는 단어는 없다.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은 미국과 중국 ‘G2’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변동성 확대로 환경이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권 부회장의 어깨가 가장 무겁다.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권 부회장이 사실상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권 부회장은 경쟁자들의 도전을 견제하고, 성장 동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소손 사건으로 자존심을 구긴 스마트폰 사업의 재건은 물론, 인텔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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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여기에 미래를 위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도 그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LG전자의 가전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조 부회장은 올해부터 회사 사업의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
특히 조 부회장은 침체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을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올해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6를 직접 분해하며 제품을 꼼꼼히 살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일 출시된 G6는 좋은 반응을 얻으며 ‘히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글로벌 2위를 달리고 있으나 낸드플래시에서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 출신 CEO는 기술개발에서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개발(R&D)에서도 합리적인 대안과 로드맵을 제시한다”며 “이상론 보다는 우선 R&D 조직을 강화하고, 현실에 맞는 프로세스를 적용해 기술 경쟁력 강화에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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