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영업기밀을 담아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면서다. 민감한 사업정보가 경쟁사나 후발주자에게 흘러갈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에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13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 관련 보고서가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한 언론에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불산누출 사고 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안전보건진단과 특별감독 결과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생산라인 배치도 △사용되는 물질의 종류와 투입량 △장비∙시설의 종류와 개수 △작동방법 등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쌓아온 지적 자산이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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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보고서가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법원은 “삼성전자가 대외비로 분류하거나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최적화한 정보”라고 판단했다. 최근 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이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영업상 이익을 상당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진단총평을 제외하고는 비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된 내용인 만큼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이유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의원과 사무보조자에 대해서도 감사나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10월 국회에 해당 문서를 제출하면서 제3자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당부하는 문구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영업기밀이 아니라는 언론보도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의 알려드립니다 코너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한 이유는 영업비밀이 아니어서가 아니다”라며 :헌법기관인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해당 자료의 제출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기밀이 유출된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를 믿고 제출한 정보가 흘러나갔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이 정보를 접하면 아무 것이 아닐지 몰라도, 전문가들이 파편적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하면 핵심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3자 정보 유출 가능성이 현실화 됐다”며 “국회의원과 언론이 이 정보를 갖고 영업비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외부 전문가나 기관 등에 자문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공정 핵심 정보가 또 다른 기관과 전문가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이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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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
최근 중국은 ‘반도체굴기’를 내세워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한국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기밀을 획득했을 경우 ‘퀀텀점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맞물린 결과다. 2분기에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만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3~4분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인텔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D램과 낸드 플래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자용자용 제품 등 비메모리 사업의 역량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의 핵심 정보가 공공연히 유출될 경우 경쟁력 제고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는 핵심 산업이다. 일부의 안일한 판단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성장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달 말에 예정됐다 연기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에 관한 청문회'에서도 다수의 핵심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문회 자료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민감한 내용이 많아 공개 수위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핵심 노하우가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제출되는 보고서와 서류 등을 통해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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