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확대 등 CEO 기반 강화 속 투명경영 가속
'이재용 악재'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일시중단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지난주 18일 ‘슈퍼 주총데이’에 이어 24일에도 12월 결산 상장 법인의 절반 이상인 924개사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8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대표이사 교체 등 큰 변화는 없었으나, 상당수 기업은 CEO가 가지는 권한과 지위를 확대하는 등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강화하는데 집중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 상황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11월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어떤 언급이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당분간은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주회사 전환 검토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한다는 점을 제기했다.

아울러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는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면서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 중이며, 향후 그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이날 주총에서 정관에 '회사는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이같은 책임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장동현 사장, 조대식 이사 등 SK㈜의 주요 경영진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도 승인됐다.

SK㈜의 경영진의 주식매수선택권 도입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정관 변경은 '책임 경영'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 86%가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는 장동현 SK㈜ 사장이 사내이사로,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SK텔레콤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한도를 50배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이날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박 사장에게 앞으로 2∼7년간 단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총 6만6504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박 사장은 이날 주총 직후 열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SK이노베니션은 이날 추총에서 사내이사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신규 선임하고, 유정준 SK수펙스추구협의회 Global성장위원장 및 SK E&S 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에는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한 사업구조 혁신 지원의 적임자로 글로벌 네트워크 분야의 전문가인 김종훈 연세대 경영대학 특임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 조대식 수펙스추구협 의장이 24일 SK주식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그룹 지주사 ㈜LG는 이날 주총에서 김홍기 ㈜LG 재경팀장(전무)은 사내이사로, 윤대희 가천대 경제학 석좌교수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누구보다 앞서 지주사 형태로 운영했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지향하는 정도경영을 실천했다며 "앞으로 사업의 근간인 제조와 R&D를 혁신해 사업구조 고도화의 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KT는 황창규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4년 처음 선임된 황 회장은 3년 임기 동안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 KT 이사진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에 의해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됐다. 

이에 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 지배구조 구축을 주문했다.

현대중공업은 추총에서 강환구 대표이사 사장과 가삼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최 혁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혁 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업종 특성이 상이한 사업의 분할을 확정했으며, 다음 달 1일 현대중공업(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주), 현대건설기계(주), 현대로보틱스(주) 4개 독립법인으로 분리돼 새롭게 출범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전태흥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신종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각각 재선임했다. 이들의 임기는 3년이며, 신종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도 맡는다.

사외이사 4명을 비롯한 이사 7명의 보수총액 한도는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는 80억원으로 줄었다.

기아차는 전 국세청장인 김덕중 법무법인 화우 고문과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했다. 김덕중 신임 이사는 이귀남 사외이사와 함께 감사위원으로도 선임됐다. 한천수 기아차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는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새로운 미래성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투명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국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교현 롯데케미칼 LC타이탄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정관을 변경해 매출액, 투자비, 시가총액이 과거 대비 증가함에 따라 회사 규모 및 성장성을 감안해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발행 규모를 기존 3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이 외에도 CJ그룹과 계열사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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