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선언, ‘통일 독트린’ 제시...朴대통령, 네덜란드·독일 순방 성과 
 
29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의 네덜란드·독일 순방은 '핵안보'와 '통일'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취임 2년차 국정운영의 화두로 제시한 '통일대박론'을 정상외교 차원에서 풀어낸 행보라는 평가다.
 
6박7일간의 순방을 마무리 한 박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조을 촉구하고 한·중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조체제를 다졌다. 
 
   
▲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자료사진
 
이어 '통일 선배'인 독일을 국빈방문해 25년전 베를린장벽을 무너트린 통일 노하우를 전수받고 대북 3대 제안, 일명 '통일 독트린'을 내놓으면서 평화통일의 기반구축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통일에 대한 강한 실현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다. 
 
◇한·독 통일협력 대폭 강화
 
박 대통령이 통일을 경험한 독일에서 '통일대박론'에 대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양국간 통일 협력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양국은 기존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활동을 보다 내실화해 독일통일의 국내적 경험을 나누고 양국 '재무당국 및 경제정책 연구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독일의 경제통합과 통일재원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나가기로 했다.
 
통일에는 주변국의 신뢰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양국 외교부 간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도 신설,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경험과 전략을 공유키로 약속했다.
 
또 '통일 롤모델'이자 장기간의 대북 인도적 사업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독일 비정부기구(NGO)와 국내 NGO 간 협력사업과 북한인력 초청 교육사업 가능성을 모색키로 했다. 이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동·서독 간 접경지대의 자연환경 보존 경험을 공유키로 함에 따라 우리의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다. 저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며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적극 지지하면서 깊은 신뢰를 표함에 따라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통일 행보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드레스덴 선언, '통일 독트린'제시 
 
특히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독일에서 통일과 관련한 중대한 메시지를 발신해 온 것처럼 드레스덴공대에서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대북 3대 제안을 내놔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즉 ▲남북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일대박론의 방법론을 제시한 셈인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통일선배' 독일로부터 전수받은 통일 노하우를 오롯이 담아낸 것이란 평가다.
 
청와대는 "하나의 영토, 하나의 체제를 이루는 것을 넘어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한데 어울리는 진정한 '새로운 하나'가 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그 일환으로 발표한 3대 제안은 남북한 교류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핵 3角 공조 복원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6년만에 성사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3국간 공조 복원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3국 정상은 '핵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이란 이번 회의의 주제에 걸맞게 '북핵불용'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 목소리로 단합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도 3국 정상회담에 대해 "북핵 위협 관련 인식을 공유하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간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한·미·일 공조 복원을 위한 의지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열린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삐걱대던 3각 공조 체제가 북핵 문제를 고리로 관계복원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추진 합의로 2008년 12월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6자회담 복원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의가 커 보인다. 
 
수석대표간 3자 회담은 지난해에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열린 바 있지만 이번에는 3국 정상이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미·일의 물밑 교류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을 낳게 한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북한의 행동 변화가 없는 한 회담 재개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게 우리측의 입장이었던 반면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회담 재개에 우선순위를 둬 왔다.
 
다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 하에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얼굴을 맞댄 자리였지만 45분간의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는 양국 간 갈등을 언제든 고조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한·일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