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이렇게 틀을 딱딱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야." "무슨 작전 이야기인데?" "최순실의 국정 개입으로 끌고 간다…최순실은 지는 해이고, 박 대통령도 끝나는 거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고영태 녹음 파일에 담긴 내용이다.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지인 7명과 주고받은 대화의 녹음 파일은 자그만치 2391개나 된다.
고영태 녹음파일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기획폭로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고영태는 "사석에서 흔히 하는 농담조의 말이었다"고 눙치면서 "검찰에서 이미 조사받고 '문제없다'고 해 끝난 일"이라고 해명도 했다.
검찰이 28일 고영태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사실이 29일 알려졌다. 검찰은 "고 전 이사가 워낙 고소 고발당한 사건이 많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을 보면 '기획폭로'의 정황이 만만치 않아 수사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의 녹음 파일에는 측근과 함께 이권을 노린 정황, 불법적 행동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담조의 말이었다는 고영태의 주장과 달리 뭔가를 꾸미고 작당한 듯한 심상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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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가 뉴스데스크가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공개한 고영태·김수현 통화 녹음파일. /사진=MBC 영상 캡처. |
박근혜 전 대통령측과 최순실씨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과정 중 "녹음 파일을 전부 들어보자"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본질이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핵정국 태극기 집회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은 '고영태 일당의 국정 농단'이라는 믿음을 갖도 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은 고씨 등이 일부 언론과 합작한 기획 폭로에서 촉발된 정권 찬탈 행위라는 것이다. 이들의 믿음은 지금까지 검찰·특검·법원·언론 모두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분명한 사실은 각종 이권 개입과 불법적 행동을 시사하는 내용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는 내일이나 모레 새벽 판가름 난다. 최순실씨는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장관까지 줄줄이 구속돼 수의를 입는 신세로 전락했다.
고영태는 내부고발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범법 행위 의혹을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검찰에서 이미 다 조사된 것으로 알고 있고 구체적으로 혐의가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의 대화 내용을 분석하고 혐의점을 가지고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녹음 파일 관련자 중 4명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한 것은 박근혜 전 대총령과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 및 뇌물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애초 검찰의 목표는은 거기에 맞춰져 있었다. 검찰은 녹음 파일 2391개 중 29개만 녹취해 최순실 재판에 제출된 진술 조서에 일부를 첨부됐다. 한쪽으로 몰아가기 위해 지나친 엮기라는 비난이 나온 이유다.
검찰이 고영태 씨를 소환조사한다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온갖 수사 정보와 피의 사실을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던 검찰이 당초 녹음 파일에 대해서만은 함구해왔다. 녹음파일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국정 농단 수사가 검찰에서 특검으로 넘어가고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였다.
대통령은 탄핵 당했고 구속수사나 불구속 수사를 받아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더 이상 녹음파일을 덮어 둬서는 안된다. 설령 녹음 파일이 검찰 스스로를 겨누는 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과 함께 미래 권력의 눈치를 보는 불명예로 스스로의 무덤을 파서는 안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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