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퍼스픽처스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렇다면 ‘어느날’은 멜로일까? 이 감독은 ‘판타지 감성 드라마’라고 칭했다. 이 작품은 단순 남녀의 사랑이 아닌 위로의 차원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느날’은 이 감독의 전작 ‘멋진 하루’, ‘남과 여’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던 남녀의 사랑 이야기의 애틋함은 이어가지만 ‘일종의 휴식 같은, 힐링이 되는 영화’에 더 가까워 개봉 시기인 봄과 한층 어울린다.

따뜻한 봄이 되면 감성적인 작품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영화 속 아내를 잃고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강수, 시각장애로 가족을 잃은 미소의 사연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안타까운 스토리로 애절함을 이끌어 낸다. 또 결핍된 자들의 만남이지만 멜로가 아닌 상처의 치유로 새로운 힐링을 선사하는 것.

특히 김남길과 천우희는 이윤기 감독의 의도를 간파한 듯 탁월한 연기로 극에 몰입을 가능케 했다. 김남길은 그동안 선보였던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내면의 갈등을 매끄럽게 녹여냈다. 무엇보다 읊조리 듯 때로는 오열하는 듯한 대사 톤이 압권.

천우희 역시 최근 ‘곡성’(2016)에서 보였던 것 신비로운 면모와는 달리 실제 천우희 본 모습을 담아낸 듯 사실적이다. 이에 따라 ‘어느 날’은 내면의 상처를 아름답고도 잔잔한 슬픔으로 승화시켰다. 장르적 매력이 빛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음악감독 푸디토리움(김정범)의 활약은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에 정점을 선사했다. 그는 영화 ‘멋진 하루’ ‘러브 토크’ ‘롤러코스터’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영화 작곡가로, 이번 작품 역시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 강수와 미소의 감정을 멜로디로 그려냈다. 인물과 스토리 모두에 작용된 악상은 관객에게 진한 감동과 짙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어느날’은 제목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항상 자극적인 제목에 열광하던 극장가에 일침을 날리는 차원도 있기 때문이다. 소소하면서 특별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4월, 아름다운 출구가 찾아온다. 이로써 보는 이들의 어느날은 과연 어떤 하루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