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대우조선해양 부실 여파가 증권업계에 큰 짐을 지울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채권 규모가 작다고는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로서는 회사 경영이 휘청거릴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가져온 파급효과가 국내 증권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채권 규모는 은행에 비해서는 작지만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다.
|
|
|
▲ 대우조선해양 부실 여파가 증권업계에 큰 짐을 지울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당국의 추가지원 방침이 발표된 이후 대우조선 채권과 관련된 이슈는 주로 은행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위시해 수출입은행과 각종 시중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채권은 약 20조원 규모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전체 익스포저인 21조 4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남은 금액 중에서 보험사들이 가진 익스포저가 1조 3000억원 규모라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은 1352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상대평가’로 따지면 미미한 금액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절대평가’다. 증권사들 각각이 체감하기로는 지나치게 버거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자금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이 많이 개입한 터라 이들 증권사에 대우조선 파문은 회사의 전체 경영상황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 중에서 대우조선 관련 가장 많은 익스포저를 가진 곳은 하이투자증권이다.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들고 있어 300억원을 들고 있는 하나금융투자, 241억원의 유안타증권, 211억원의 KB증권, 200억원의 동부증권보다도 많다. 중소형사인 하이투자로서는 상당히 버거운 금액임에 틀림없다.
이들 기업들의 작년 실적을 보면 대우조선 관련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작년 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동부증권은 3억원, 유안타증권은 207억원 수준이었다.
결국 이들 증권사는 작년 순익에 육박하거나 그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나빠질 것이라는 데에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처리한 당국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정리시킨 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만 관대한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은 결국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든 증권사든 이번에 짊어지게 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들의 편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국 모든 이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