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
5.9대선을 향해 각축전을 벌이는 민주당 문재인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후보.
엎치락뒤치락하는 초박빙을 거듭하는 두 후보가 모처럼 기업인들을 만났다.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창출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문은 10일 기협중앙회회장단과 소통했다. 안은 대한상의회장단과 회동했다. 반기업적 경제민주화공약을 쏟아낸 두 후보가 모처럼 친기업행보를 보였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문은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중소기업이 청년을 2명 채용한 후 세 번째 채용시 정부가 임금 전액을 3년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자리창출을 위한 확실한 당근이다. 재원조달 방안은 불투명하지만, 일자리를 늘리려는 문후보의 열정과 리더십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중기에 대한 화끈한 선물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중기 연구개발 예산 2배 증액등도 두드러진다. 중소기업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창업촉진을 위해 삼세번 재기지원 펀드를 도입하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불공정행위를 한 대기업 처벌강화도 포함됐다. 4차 산업혁명 촉진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도 있다.
안후보는 공정성장을 담론으로 제시했다. 상의회장단과 만난 안후보는 일자리는 기업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기업을 창업(안랩)해본 안후보답게 일자리의 본질을 꿰뚫어본 셈이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후 확산된 반기업정서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과 부패기업인은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기업인에 대한 무차별 마녀사냥과 반기업정서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안후보는 다양한 중기지원 패키지도 내놓았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2년간 월 50만원 지급, 취업준비생에 대한 6개월간 월30만원 직업교육비 제공, 청와대 청년수석실 신설, 4차산업혁명 인재 10만명 양성, 창업경험자 공공기관 우선채용등을 내걸었다.
문과 안의 중소기업 공약을 보면 향후 5년간 중소기업 전성시대, 중기천국시대가 열릴 것같다.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아쉽다. 핵심과제가 제외됐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은 정부돈을 퍼주는 것에 있지 않다. 중기취업 지원금을 쏟아붓는다고 일자리가 폭포수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한다고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부처신설은 세금낭비와 규제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노동개혁이다. 채용과 해고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절실히 원한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지 않고는 투자와 일자리창출은 구두선에 그칠뿐이다. 지금처럼 대기업 정규직을 과보호하면 대-중기 임금양극화만 심화한다.
현대차 기아차 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상위 철밥통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할수록 중소기업들의 인력난과 경영난은 심화한다. 대기업노조가 비정규직과 협력업체의 피와 땀을 쥐어짜서 고임금파티를 즐기고 있다.
전체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 나머지 90%의 힘없고 약한 근로자들의 고혈을 짜내면서 평균 연봉1억원을 향유하고 있다. 그들이 희생양으로 삼는 사람들은 비정규직 근로자와 하청업체 종업원,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대기업노조가 노동시장을 독점하는 구도를 혁파해야 한다. 시장경제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문재인과 안철수후보가 경쟁적으로 제기한 최저임금 1만원대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도 발등에 불이다. 국회 환노위는 최근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히 단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밀실합의했다.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여야는 일단 대선이후로 관련법안 통과를 유보했다. 근로시간 단축 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부, 기업, 노조와 상의없이 근로자들에게 선심을 쓰려한 것이다. 대기업은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겐 심각한 악재다.
문재인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5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대거 만들겠다는 공약도 문제다. 국민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그리스 남유럽식 경제파탄으로 갈 수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총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총 1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들이 떠안을 부담은 이중 8조6000억원이나 된다. 여야와 대선후보들의 섣부른 근로시간 단축 공약은 산업계를 들쑤신 초대형 악재였다.
|
|
|
▲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대통령, 중소기업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10일 기협중앙회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정작 중소기업인들은 중기지원도 좋지만, 노동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개혁없는 일자리창출은 불가능하다. /연합뉴스 |
10일 문후보와 만난 박성택 기엽중앙회장은 일찌감치 근로시간 단축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배수진을 쳤다. 프랑스 등 선진국을 보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을 늘리지 않고, 되레 성장만 위축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도 뜨거운 감자다. 시급일자리와 알바생들에게 따뜻한 정의를 베푸는 것 같다. 결과는 전혀 다르다. 중소기업및 자영업자들의 인건비부담이 급증한다. 되레 시급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이 퇴출되고 있다. 주민들이 경비원을 해고하고, 자동문설치로 인건비를 절감중이다.
한계선상에 있는 중소기업들에겐 날벼락이다. 정의가 되레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낮은 임금으로라도 일자리와 생계를 유지해온 저임금 근로자들와 알바생들을 위협한다.
문과 안후보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을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퍼주기식 지원은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안된다. 좀비기업만 양산한다.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과감한 규제혁파만이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를 촉진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정책들이 결과적으론 중소기업들을 어렵게 할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칸막이 규제와 지원에 치중하는 것은 경쟁을 저해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올라가지 않는 피터팬신드롬만 확산시킨다.
중소기업 지원과 성과는 연동시켜야 한다. 경쟁력있고, 혁신과 기술개발에 열심히 나서는 중소기업들에 집중지원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정책은 나눠주기식 지원, n분의 1로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식이었다. 기계적인 평등분배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혈세만 낭비했다.
거대한 4차산업 혁명이 몰려오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창설한 클라우스 슈왑은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하지 않으면 "쓰나미는 어느날 도둑처럼 온다"고 경고했다.
문과 안후보는 중소기업에게 사탕만 주면 안된다. 중소기업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퍼주기식 중기정책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국민세금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n분의 1식의 무차별 지원정책으론 독일같은 강소기업들이 나오지 않는다.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야 한다. 잘하는 중소기업에 당근을 더 많이 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낡은 규제탓이다. 노동시장의 친고용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일자리창출도 힘들어진다.
문과 안이 기업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두 후보 모두 야당출신으로 노동계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득권 노조를 대변했다. 기업에 대해선 가혹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파면된 박근혜정권에서 노동개혁을 한사코 거부했다.
반면 두후보는 상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규제하는 내용도 있다. 상법개정이 이뤄지면 소액주주보다는 미국 월가투기자본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들의 경영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것이다. 두 후보의 대선공약에는 총수의 사면복권을 불가능하게 하고, 가중처벌하겠다는 것도 있다.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안철수후보의 멘트와는 모순된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5000만명의 리더가 되겠다면 일지라창출을 위한 고통분담과 노동개혁안도 내놓아야 한다. 두 후보는 노동개혁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는 누가 돼도 단안을 내려야 할 국정과제다. 아무리 진보정부가 출범해도 지금의 대기업노조 기득권을 깨지 않으면 일자리창출과 투자확대는 일어나지 않는다.
경직된 노사관계와 노조의 기득권지키기는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 모두 해외로 나갈 것이다. 제조업의 탈한국만 부채질한다. 문이나 안후보 모두 좌파정당 후보들이다. 좌파정부가 오히려 노동개혁을 하기에 적합하다. 지지세력인 노동계를 설득하는데 낫다.
|
|
|
▲ 안랩을 창업한 안철수 후보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의 몫이라고 했다. 사안의 본질을 바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안후보와 국민의당이 상법개정등을 통해 기업규제법안을 잇따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기득권노조를 편드느라 노동개혁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청와대에 청년수석실을 만들고 취업준비생들에게 매달 지원금을 준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현대차 등 기득권노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투자와 일자리창출이 만개하는 것은 어렵다. /연합뉴스 |
박근혜 우파정부는 노동계와 정권내내 원수처럼 싸웠다. 박전대통령이 탄핵당한 것도 민노총 등 전투노조의 촛불시위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독일 하르츠노동개혁은 슈뢰더 사민당 정권이 했다. 5월 9일 승자가 된 후보는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노동개혁이란 무거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업규제만 강화하다가는 한국경제가 거덜날 것이다.
두 후보가 민중주의, 노조일방적 편들기를 지양해야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노동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야 한다.
미국 GM이 금융위기이후 용궁까지 갔다가 살아난 것은 자동차노조의 희생과 양보에서 비롯됐다. 미국자동차연맹은 GM이 존폐기로에 서자 의료비 등 복지감축에 동의했다.
대기업노조를 상징하는 현대차노조. 한국에서 최강의 단일노조다. 7만명 노조원을 거느린 현대차 기아차노조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제국노조’다. 생산라인은 노조가 지배한다. 라인배치 신차생산 라인 결정 사실상 노조가 주도한다.
전투노조가 장악한 울산공장 편성효율은 국내외 공장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 사이에 '야리끼리'한다는 말이 유행한다. 하루 8시간 노동분량을 5시간 안에 해치운다는 말에서 나왔다. 남은 시간엔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드라마와 음악, 게임을 즐긴다.
어느 노동자는 옆의 동료몫까지 4시간 뛰고, 4시간 쉰다. 주간 8시간 맞교대가 아닌, 주간 4시간 맞교대가 된다. 전주공장에선 일찌감치 일을 해치우고 바다낚시를 간 노동자가 실종되는 사건마저 터졌다. 심각한 모럴해저드다. 회사에선 퇴근시간 등 규율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일은 적게, 돈은 많이, 고용은 길게'라는 모순되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노조는 이런 노동자들을 만족시켜주는 독전대다.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노사상생의 길을 만들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추락한다. 가정경제가 추락한다. 우리들의 자녀들도 추락한다. 노조는 냉혹한 경제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노조가 구조조정과 개혁에 동참하지 않으면 노사모두 공멸위기를 맞는다. 노조가 ‘예상손실의 조기내면화’에 동의해야 상생의 길이 열린다. 노사 공멸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현대차 등 대기업노조가 지금처럼 기득권지키기에 혈안이 된다면 독배(毒杯)를 안고 독주(獨走)하는 것과 같다. 위험한 항해를 하는 조각배는 조만간 두동강 날 것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독일과 스웨덴 노사의 타협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스웨덴은 렌-마이드너모델로 노사가 타협했다. 노조지략가들인 렌과 마이드너는 '연대임금정책(solidarity wage policy)'으로 산업평화를 회복했다.(송호근저 <가보지 않은 길> p 230-231 참조)
스웨덴은 대기업노조가 임금을 양보하고, 한계기업의 퇴출을 동시에 실현했다. 정부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근로자들에 대한 직업교육과 취업알선을 책임졌다. 스웨덴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정책이 노사분규를 막고, 기업경쟁력을 살렸다. 스웨덴은 1930년대에서 50년대까지 노사분규가 가장 심한 국가였다. 독일도 해고와 신규채용의 규제를 허무는 하르츠개혁으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대기업노조가 지금처럼 철밥통 사수에 올인할수록 생존의 터진인 기업마저 파괴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노조도 기업의 미래충격과 시장상황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 기업의 사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노조는 한국사회와 한국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문재인과 안철수후보는 모처럼 일자리대통령, 경제위기 극복대통령, 중소기업대통령을 다짐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한편에선 기업과 기업옥죄는 규제법안을 쏟아내면서, 한편으론 기업지원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지세력인 노동계를 향해서 불편한 진실도 언급해야 한다. 스웨덴처럼 대기업노조가 양보해야 하청업체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고용이 안정된다. 비정규직의 피눈물을 닦아주려면 대기업노조가 제국주의적 노조행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노조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근로자들의 임금을 약탈하고 있다. 생산성이 훨씬 높은 중국 미국 동남아 유럽공장 근로자들의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
국민세금을 동원한 퍼주기식 지원보다는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노동시장 유연성제고등에 주력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인 사물자동화(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바이오 등 4차산업의 만개를 위해서도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없으면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청년백수에게 희망을 줄 수도 없다. 기업들의 투자와 신규채용이 어려워진다. 기업이 왕성하게 투자해야 성장 소득 분배가 선순환한다. 중소기업 지원과 노동개혁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노동개혁 없는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창출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