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7일 공식 첫 유세를 각각 ‘대구’와 ‘호남’에서 시작하면서 거센 공방전에 돌입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공식 벽보에 당명이 빠진 것을 지적하며 “스스로 보수세력의 정권 연장의 도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공격했고,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탄생한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포스터에 당명을 안 넣은 것을 보수표심을 이끌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는 호남 “계파 패권주의 세력에게 또다시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닮은 꼴을 지적했다. 또 안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반을 닦은 IT산업으로 4차산업혁명을 성공시켜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김대중 정신이자 호남정신”이라며 호남표심에 호소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당명 없는 포스터를 공격하며 “호남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정당의 지지 기반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역구 28석 중 23석을 가져간 국민의당의 대선 후보가 벽보에 당명을 표시하지 않은 것을 꼼수라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문 후보 측은 “‘말로는 호남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창피하다고 숨기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며 “안 후보에 대해 국민의당 후보냐, 아니면 다른 보수 정당 연립 후보냐, 무소속 후보냐를 놓고 시비가 일 수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지난 2014년 새정치연합과 민주당 합당 과정에서 당시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5 남북공동성명 부분 등을 강령에서 빼자고 했다는 논란도 곱씹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최근 TV토론에서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안 후보의 대변인이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반발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 측은 “당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두 가지 사항이 정강정책과 당헌당규인데, 정강정책을 담당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이나 당헌당규를 담당한 이계안 전 의원 모두 하나하나 세부적인 사항까지 안철수 중앙위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보고를 했다”는 금 의원의 발언을 공개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7일 공식 첫 유세를 각각 ‘대구’와 ‘호남’에서 시작하면서 거센 공방전에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유세단 발대식 단상에 서서 직접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이날 오후 전북대 앞에서 가진 전북 유세단 발대식에서 안 후보는 “계파 패권주의는 줄 잘 서는 사람만 쓴다. 계파 패권주의는 말 잘 듣는 사람만 쓴다. 그래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다”며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부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안 후보는 이어 “(안철수 대통령이라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IT 강국을 만들어 20년 먹거리를 만드셨다. 이제 새로운 20년 먹거리가 필요하다”며 “혁신의 전쟁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 그것이 김대중 정신이고, 호남 정신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단상에 선 박지원 국민의당 당대표는 “우리 안철수 후보는 포스터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결재받고 만들지 않는다”며 문 후보의 지난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투표를 하기 전 ‘대북 결재’ 의혹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안철수가 대통령 되어야 전북 출신도 인사 차별 안 받는다. 전북 예산 끌어와서 새만금 사업 등 전북을 발전시킨다”며 “문재인 후보는 거짓말로 변명하면서 우리 호남을 무시했다. 또 대북송금 특검에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내셨다”고 했다.

나란히 단상에 선 조배숙 의원은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양 극단에 있지만 서로 닮아 있다”며 “문재인은 호남을 무시했다. 본때를 보여주자”고 했고, 정동영 의원은 “이제 결정하자. 문재인은 안된다고 말했던 전북 도민들 아니냐. 여러분이 안철수에 기회를 주지 않았냐”며 “문재인과 붙어보라고 밀어주신 전북 도민이 이제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만들 시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진보 정당 후보로선 드물게 첫 유세지를 대구로 정해 주목받았다. 취약지인 대구에서 확장성을 꾀하려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문 후보는 스스로 안보 발언을 꺼내들고 정면돌파를 꾀했다. 
    
문 후보는 “보수에 30년동안 무한지지를 몰아주신 결과 대구는 1인당 지역내 총생산에서 무려 24년간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광역시가 됐다”며 “이번에 대구 시민들께서 크게 따끔하게 혼내주시고 정신차리게 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문 후보는 또 “저 문재인 앞에서 안보 얘기 하지마시라. 미국 백악관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번 대선은 유능한 진짜 안보 문재인과 무능한 가짜 안보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전북 발대식을 가진 전북대 앞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 안으로도 빗물이 들이칠 정도로 거센 비가 쏟아졌지만 현장에는 300여 명의 지지 시민들이 몰렸다. 

시민들 앞에서 안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호남당’이라고 조롱할 때도 나는 당의 깃발 들고 부산 대구 대전 등 방방곡곡에 가서 당당하게 국민의당을 찍어달라고 했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고 외쳤다. 

한편, 안철수 후보의 당명 없는 포스터 제작에 관여한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선거 벽보의 파격성을 강조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기준은 ‘읽기’에서 ‘보기’로 가고 있고, 저는 그 전환점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포스터는 한 시대를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작업으로, 다음대선 땐 더 희한한 것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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