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만 선거일뿐 실제는 체제전쟁…민중혁명 완성 맞서는 큰 게임 직시할 때
   
▲ 조우석 주필
대선 레이스 3일째인 4월 19일 언론의 고질병인 이른바 경마장식 보도가 다시 도졌다. 어느 후보가 어디 가서 상대 후보를 뭐라고 헐뜯고 고함쳤다는 식의 겉핥기 보도가 반복되면서 정작 이슈-정책은 실종된다. 여기에 세몰이식 여론조사가 대세론을 부추긴다.

이 통에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만 조명하고 홍준표-유승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니 유권자 선택의 폭은 더욱 줄어든다. 이런 구조에서 역대 대선과 전혀 다른 성격의 5.9 대선의 숨겨진 진실이 조명될 리 만무다. 숨겨진 진실이란 게 무엇일까? 재확인하지만 이번 대선은 포장만 대통령 선거일뿐이며, 실제는 전쟁이다.

정확하게는 체제 전쟁인데,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체제변혁-민중혁명으로 넘어가느냐, 그 흐름을 끊어내느냐가 관건이다. 1948년 건국 이래 유례없는 위기 국면이지만, 1987년 체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사실상의 국공합작을 해왔다.

1987년 이후 국공합작이 깨진다

민주화 세력으로 포장된 인민민주주의 세력 혹은 사회주의 세력이 체제 안에 스며들었고, 그게 지난 30년 이 나라 항구적 위기의 뿌리다. 그동안 민노총-전교조 등으로 힘을 비축해온 좌익세력은 '좌우익 동거'를 끝내려고 용트림이다. 그래서 저들의 눈에 지금은 영락없는 '혁명의 만조기(滿潮期)' 국면인데 왜 이런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을까?

언론이 엉터리인데다가 다른 요소가 가세한 탓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고조된 정치환멸, 이념지형의 완전 붕괴, 한반도 주변상황에 대한 정보 부재 등의 요소가 지금 우리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다. 선거란 공동체의 오늘을 직시하는 시민교육의 장인데, 현 상황은 정반대다.

   
▲ 언론의 고질병인 이른바 경마장식 보도가 다시 도지면서 이슈-정책은 실종되고 세몰이식 여론조사가 대세론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리석은 유권자들이 좌파 정치인, 얼치기 지도자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한 채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눈먼 공멸(共滅)의 게임을 벌인다. 그걸 부채질하는 세 요소 중 정치 환멸이야말로 큰 덩어리인데, 죄 없는 대통령을 '마녀'로 몰아 내쫓아낸 이후 유권자들은 적대적 정치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이후 그들 나름으로 만든 해결안이 이념적 정체성이 불투명한 두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율을 몰아주는 선택이다. 그게 이른바 대세요, 양강 구도라는 것의 섬뜩한 뒷모습이다. 두 후보란 홍준표의 지적대로 좌파 하나, 얼치기 좌파 하나를 말한다. 그들을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정치지도자로 착각한 채 즐거운 마음으로 그냥 뽑아도 될까?

그동안 뭔가가 찜찜하셨다고? 그럼 원로 정치학자 양동안 교수의 가슴 철렁한 다음 경고를 경청해보라."공산주의 위험이 문 앞에 와있다.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패배한다면 부역자 청산을 신호로 공산화의 문을 여는 체제변혁이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념지형의 붕괴현상도 매우 위태롭다. 이념지형의 붕괴란 유권자들이 이젠 좌익도 괜찮다고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정당지지율을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운동권 정당’민주당이 과반에 육박하는 46%로 당당 1위로 나타난다. 자칭 보수라고 말하는 유권자들의 46%가 안철수를 찍겠다고 응답하고, 나머지 18%가 문재인을 찍겠다고 말한 다.

이념의 아노미 현상이 갈 데까지 갔다는 뜻이다. 그런 정치환멸-이념붕괴에 브레이크를 잡지 않을 경우 이 나라는 민중혁명-체제변혁을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지금 상황은 1970년 중남미 대륙 최초로 선거를 통해 자발적으로 사회주의 정권을 세운 칠레 아옌데 정권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혼돈의 대선판이다. 최악(문재인)보다는 차악(안철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 홍준표의 보수진영 표만 결집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자강론(自强論) 사이에서 유권자의 판단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때다. 사진은 유세전을 펼치고 있는 홍준표(오른쪽)·유승민 후보. /유승민 홍준표 후보 공식사이트

한국의 자살민주주의가 완성되는가

대선이란 포장 속의 체제전쟁을 눈치 채지 못하는 우리 수준은 한반도 주변 국제상황에 대한 정보 부재의 깜깜이 구조에서 다시 반영된다. 일테면 주요 출마자 5명 전원이 당선될 경우 한일 위안부협정을 파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도 이럴 순 없다. 왜 어느 누구도 한미동맹의 초석인 한일관계 개선을 말하지 않는가?

방어무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전세계가 알고 있는 '한반도 4월 위기설'을 우리만 애써 외면하는 꼴이다. 동태평양을 담당하는 미 3함대 소속의 칼빈슨 호가 한반도 주변을 찾은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고,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은 기정사실이다.

그런 상황인데도 우리 언론의 시야는 여전히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에 갇혀있다. 청와대와 국회 사이를 맴맴돌이할뿐, 한반도 전체 구조를 지켜볼 능력이 안 된다. 건국 이후 69년, 아직은 젊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공멸하고 말 것인가?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다. 촛불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0월 이후 나는 그점을 반복해 지적했다.

조중동-종편 등은 대통령을 내쫓은 걸 시민혁명이라고 포장하지만 그건 거짓이며, 헌법 4조가 명문화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민중혁명-체제변혁이 진행 중이라고 걱정했다. 저들이 볼 때 대선은 승리의 고지다. 좌익은 최후 승리의 깃발을 꽂으려 총공세다.

드디어 한국의 자살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대한민국 패망의 불길한 징후가 본격화되는가? 요즘 어딜 가나 묻는다. "누굴 찍어야 합니까?"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우회적인 답이다. 최악(문재인)보다는 차악(안철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 홍준표의 보수진영 표만 결집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자강론(自强論) 사이에서 중심 잡으시길 새삼 기대한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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