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및 미해결사건 6만건 해결 도움...'써니' '간기남' 영화도 흥신소가 음성적 조사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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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
지난 3월 18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조사원(探偵)을 위시해서 외국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 44개를 선정해서 육성·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진작에 이런 발상이 필요했다. 올바른 방향에, 가야 할 길인만큼 이제라도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돌아보면, 이러한 직업군이 외국에 있는데 우리나라에 없는 까닭은 관련 법규가 없거나 아예 불법으로 다스려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직업군의 태동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관련 법규의 신설 및 개정을 통해 공적 제도를 바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문제는, 공적 제도의 정비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의 경우가 그렇다. 탐정 직업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회원국에서 다 인정하고 있는 보편적 제도인데다 특히 실종 사건과 미해결 사건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시민사회와 국회의원 중심으로 탐정을 제도화하자는 법안이 지난 17대, 18대에서도 상정되기는 했으나 기득권층의 반발과 행정부처 내의 관할권 다툼 때문에 무산되기를 거듭해왔다. 예를 들어 변호사 협회에서는 사생활 침해와 불법행위 확산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한다.
반대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순기능만 있고 부작용이 없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제도가 있는가? 인터넷의 경우를 봐도 도박, 포르노, 전자상거래 먹튀 등의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인터넷의 확산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인터넷의 사용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탐정 제도의 반대 논리-사생활 침해와 불법행위-라는 것도 탐정 업무가 흥신소, 심부름센터에서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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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도 민간조사원, 일명 탐정이 필요하다.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적도 크지만, 연간 6만건에 달하는 영구 미제사건이니 실종사건을 해결하는데도 민간조사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국가가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민간에서 충족할 수 있도록 조사업무를 제도화하는 것은 국민복지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지금도 흥신소 심부름센터등에서 음석적으로 사립탐정이 활동중이다. 이를 양성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영화 '간기남'에서도 흥신소를 이용해 조사업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
이제는 민간조사업무를 합법화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약 4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탐정 제도는 일자리 창출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의 기본권에 관한 사안이다. 일반 국민은 국가로부터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 받는 대가로 세금을 납부한다. 그러나 국가의 치안행정은 공익을 앞세우고 보편적 서비스를 우선하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아 또는 실종 사건에서 그리고 억울한 사건에 연루되어 스스로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 국가, 경찰 행정 서비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늘 태부족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6만 건의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경찰 공무원의 역할 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고, ‘개구리 소년들’과 같은 미제(未濟) 사건은 늘고 있다. 이 와중에도 권세 있고 배경 있는 사람들은 치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일반 서민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의 일이다. 이에 궁박한 심정에 당사자가 직접 나서게 되는데 결국 돈은 돈대로 들고 직업 잃고 가족 해체에 이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국가에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그 부족분을 민간 시장에서 자유롭게 구할 수 있도록 민간조사업을 제도화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것이다.
그 본질을 보면, 탐정 제도는 아예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 지하 경제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일을 양성화함으로써 거래 당사자의 계약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불법행위를 예방·규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써니’나 ‘간기남’ 등 각종 영화의 소재에서 보듯이 흥신소, 심부름센터를 통해 조사업무가 무수히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두가 불법이라서 조사의뢰 계약 자체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때때로는 의뢰인이 거꾸로 조사자로부터 협박을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른바 암시장 거래에서 나타나는 ‘불법재의 비극(tragedy of illegal goods)’이 지금의 민간조사 현업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리하면, 민간조사업무를 합법화함에 있어서 굳이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또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일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국가에서 공급하지 못하는 부족분을 자유로운 시장 선택에 의해 보완 충당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제도화로 인해 없는 거래가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음성거래를 양성거래로 전환하면, 시장 평가와 정부 감독·규율이 가능한 상황이 되어 불법재의 비극이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도 크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여러 정부부처가 힘을 모아 추진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명탐정이 활동할 수 있게끔 빠른 기간 안에 민간조사제도가 합법화되기를 기대한다. /황익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