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아파트 주차장 침하...종잇장처럼 찢어진 아스팔트…“불안해 못 살겠다"

 
"신발도 못 신고 맨발로 뛰쳐나왔다. 불안해 못 살겠다."
 
2일 오후 5시께 전남 목포시 산정동 신안비치 3차 아파트.
 
아파트 302동과 303동의 뒤편 주차장이 침하돼 주민 1명이 부상을 입고 주차된 차량이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이 아파트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2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S아파트 단지내 도로가 인근 아파트 신축에 따른 텃파기 공사로 붕괴돼 있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부상을 입고, 차량 1대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뉴시스
 
303동 14층에 살고 있는 명모(62·여)씨는 "집 베란다에서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며 "'쩍' 하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려 창 문 밖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주차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명씨는 "주차장에서 손수레에 폐지를 주워 담던 이웃집 할머니가 주차장 바닥과 함께 밑으로 꺼졌다"며 "크게 놀라 살기 위해 맨발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아파트 2개 동 375세대에 살고 있는 800여 명의 주민들은 사고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주차장 침하 당시 집 안에 있었던 303동 3층 주민 이모(35·여)씨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불안해서 더 이상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이 증언한 아파트 주차장이 폭삭 내려앉은 모습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CCTV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55분께 아파트 뒤편 화단에 심어져있던 나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3초 뒤 주차장 바닥과 화단에 심어져 있던 나무 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레조 차량이 쓸려 내려가고 바닥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채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무너져 내린 주차장 바닥은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 있었다. 폭 7m, 길이 80m의 단지 내 도로가 3~4m 가량 밑으로 주저앉은 상태였다.
 
바로 옆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신안건설이 아파트와 공사 현장 사이에 설치해 놓은 방음벽은 옆으로 무너진 채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고 있었다.
 
이날 사고는 신안건설의 터파기 공사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주차장 도로에 균열이 생기면서 시공업체가 콘크리트로 땜질식 처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목포시와 신안건설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공사를 강행했다"면서 "안전진단도 신안건설에서 의뢰한 업체를 통해 하는 등 주민들의 요구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목포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해 여름 신안건설이 아파트 주변에 하수 배관 공사를 하던 과정에서 발파 작업을 해 아파트 건물이 크게 흔들려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며 "수차례 민원 제기에도 목포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목포시와 건설사는 인근 초등학교와 여관 등에 주민들의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수용할 계획이다.
 
시는 또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에 대책본부를 꾸리고 구조 기술사, 토질전문가 등을 불러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