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집단대출 규제 강화로 분양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암초가 내 집 장만을 준비하는 무주택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과 함께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상환액 기준으로 대출가능금액을 산출한다면 DSR은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에 추가해 기타 부채의 연간 원리금상환액 기준으로 대출가능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DSR은 DTI에는 없는 신용카드 할부금이나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도 보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기가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건설업계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17일부터 모든 대출에 대해 DSR 최대 한도를 300%로 정해 적용하고 있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곧 도입할 계획이다.
DSR이 적용되면 가계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3배가 넘을 경우 대출이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연 소득과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만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대출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되는 것.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서민들이 떠안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 같은 신용대출도 DSR에 포함된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지만 실제로 이용한 금액이 없어도 원리금 상환액에 포함해 DSR을 계산하게 된다. 그 만큼 대출 문턱이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이 DSR을 도입하는 것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의 주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진입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대출이 과다하게 진행됐고. 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DSR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일률적인 잣대로 실수요자들에게만 피해가 가고, 또 규제 강화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주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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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금융권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까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사진은 수도권의 입주를 앞둔 한 아파트의 전경. |
한 업계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장 열기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강북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됐다"며 "11·3 대책으로 청약조정지역이 됐지만 대책이 나온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무분별한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위해 DSR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시 은행권 대출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다. 특히 전세가율이 80%를 웃도는 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의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11·3 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대출심사 강화’라는 정책의 효율성이 훨씬 떨어진 상황“이라며 ”오히려 투기세력의 은행권 대출로 인한 후폭풍이 무주택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서민들에게까지 일괄적인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며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서민들을 위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은행권에서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등은 DSR 적용시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의 10%만 부채에 반영하고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등은 원금을 제외하고 이자만 부채에 넣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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