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3일 진행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첫 대선후보 TV토론은 정책대결은 빠지고 말싸움만 벌인 맥 빠진 토론회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나마 후보검증 차원에서 이뤄진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문제 제기도 거짓말 공방으로 흐르면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양자가 아니라 5자 토론이다보니 깊이 있는 논쟁으로 정책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공격과 방어에 뛰어난 사람이 돋보이는 식이어서 허탈감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상대 공격에 대한 방어를 잘 했을지 몰라도 논리적으로 명홰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제가 MB의 아바타입니까”라며 민주당 측의 네거티브 공방에 문제 제기를 했으나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문재인 측이 자신에게 줄곧 제기해온 ‘MB 아바타’ 소문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민주당 차원의 개입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은 채 답변을 빠져나갔다.  

이를 듣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다”며 쌍방을 질타했다. 

문 후보도 홍 후보를 향해 ‘성완종 리스트’를 거론하며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뇌물수수 의혹을 들어 공격했다. 이에 홍 후보는 “문 후보가 성완종 사면을 두 번이나 해줬다. 맨입으로 해줬냐”고 반격했다. 

홍 후보는 이어 “거짓말을 하지 말라. 지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해선 안된다"고 했고,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그런 말씀하실 자격이 없는 분이 바로 홍 후보다. 무슨 염치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홍 후보 자서전에 나오는 ‘돼지발정제 성범죄 모의’를 꺼내들었다.

   
▲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은 대본과 사전질문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일명 ‘스탠딩 토론’의 실효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이번 토론의 시청률은 무려 38%대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선후보의 정책과 역량을 검증할 기회없이 네거티브 난타전으로 변질된 토론 이후 선관위에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후보자마다 18분씩 주어지는 발언총량제를 활용해 특정후보에만 공격을 가하는 폐단 등이 개선해야 할 과제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28일 열리는 선관위 주최 2차 TV토론은 경제 분야 정책 토론으로 1차 때와 조금 달라진 방식으로 공지됐다. 

한 후보가 3분간 공약을 발표하고 나머지 4명의 후보들과 각각 4분씩 토론할 시간이 주어진다. 1대1 토론을 벌이되, 발표한 후보와 질의하는 후보는 2분씩 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네거티브 토론은 피할 수 있지만 역시 정책 검증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2013년 6월 방송토론 관련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에는 ‘1차 토론회는 현행 선거법이 정한 5인 이상 정당 추천 후보자로, 2차 토론회는 1차 토론 이후 선거토론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지지율 10% 이상인 후보, 3차 토론회는 2차 토론회 후 다시 여론조사 실시해 1, 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선관위는 법 개정 제안 이유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개최되도록 유도해 정책ㆍ공약에 대한 검증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같은 선거법 관련 개정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원내 정당 후보에게는 참여 기회를 주되 토론 횟수를 더 늘려 2, 3회 정도는 유력주자만 참여하는 1대1 방식의 토론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유력 후보 2명씩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소수의 방청객만 참여해 토론을 벌여 집중 검증하는 타운홀미팅 방식 도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후보가 가장 먼저 더 이상 후보간 토론에서 네거티브 공방을 하지 않겠다과 선언했다.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김영환 미디어본부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모적인 논쟁보다 미래로 나아가는 정책토론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안철수답게’ 토론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대신 본인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소신과 역량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다른 후보 및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검증받는 대선후보 TV토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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