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입주대란 논란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분양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청약성적은 예상밖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오는 9일 치러지는 '장미대선'이 끝난 후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규제 강화에 부동산 정책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분양물량은 72개 단지(3만1730가구)이고, 이 가운데 35% 정도인 25곳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단지 103곳 중 32곳(31%)이 1순위에서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나은 성적이다.
청약경쟁률도 지난해 못지 않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부산진구에서 분양한 '연지 꿈에그린'이 평균 228대 1의 경쟁률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올해부터 분양에 들어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서 '동양파라곤'과 '자연앤자이'가 각각 49대 1, 29대 1이라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지방에서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달 분양한 '전주 효천지구 우미린'과 '광주 송정재건축 중흥S클래스 센트럴'은 1순위 청약에서 각각 20대 1,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부산지역을 제외한 지방 분양시장 가운데 가장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11·3 대책의 핵심인 '청약조정지역'에서 제외돼 입주시까지 전매 금지, 1순위 청약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중의 갈 곳 잃은 '쌈짓돈'이 분양시장으로 몰리며 뜻밖의 청약열기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평택 비전동 P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나온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자 청약조정지역의 경우 투기세력이 이탈하면서 분양시장이 움츠러들었다"면서 "하지만 제재를 받지않는 평택 고덕신도시나 부산 일부 지역 등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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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초 분양시장이 흥행을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1·3 대책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청약 통장이 몰린 것이 원인일 뿐 장기간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분양한 평택 고덕신도시 '동양 파라곤' 견본주택 인근에 들어서 있는 떳다방 풍경. |
예상에 없던 조기 대선정국이 청약열기를 달궜다는 의외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달리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부양 보다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 오히려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 예비청약자 또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을 끌어올리고 1순위 마감 단지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일종의 '눈치보기' 전략이 올 1분기 분양시장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청약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노선을 살펴봐야겠지만 분위기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입주대란 문제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도 전반적으로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분양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 이슈를 피해 분양을 미뤘던 건설사들은 흥행에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조기대선이라는 변수가 생겨 일정을 연기했는데, 오히려 대선 이후 물량이 집중되면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다만, 이 관계자는 "차기 정권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예견된 만큼 시장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반기 미국발 추가 금리인상이나 청약조정지역 추가 지정 등의 요소가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서민·중산층 맞춤형 주거지원 강화를 위한 2017년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시장이 과열되거나 위축되는 등의 상황에 따라 청약제도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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