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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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지난 2014년 10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옥중에서 펴낸 사회적 기업 전문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다.
사회적 기업은 장애인이나 저소득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직접 집필한 229페이지 분량의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 현실과 한계, 해법 등을 제시했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나 비영리 조직, 영리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은 사회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데 반해, 사회적 기업은 전문 해결사 또는 맞춤형 해결사라고 평가했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공공성과 영리기업의 효율성이라는 장점을 두루 갖추면서 정부 기능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의 문제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지만 자립을 위해선 재무적 성과도 내야 한다"며 "외부 자원에 의존하는 비영리 조직보다 비용절감, 자원의 최적 배분 등을 통해 주어진 자원으로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사회적 기업의 장점이 잘 발휘되려면 사회적 기업의 수가 아주 많아져야 하지만 지금은 숫자도 부족하고, 문제 해결 역량과 성장에 필요한 투자금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태원 회장은 SPC(Social Progress Credit, 사회문제 해결 정도에 비례해 사회적 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SPC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그 결과와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일종의 보상 제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PC를 활용해 사회적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SPC가 기업의 자산으로 사회적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면 사회적 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체계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개념을 정리한 것은 최태원 회장이 처음이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착한 가치’를 창출한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해 주면 착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사회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도입한 제도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안에 따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SK 등 사회적 기업 분야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해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 낸 ‘착한 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는 사회적 가치 증가, 재무성과 개선, 사회적 기업 투자 확산 등 1석 3조 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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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지난 20일 개최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참석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이와 관련해 프로젝트를 운영중인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은 지난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를 열고 93개 사회적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을 전후해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토크 콘서트와 학술좌담회를 개최했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인센티브가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증가시키고 재무 성과를 개선시켜 나가는 지표와 사례가 제시됐다.
사회성과인세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2015년 44개에서 2016년 93개로 2배 이상 많아졌다.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도 103억원에서 201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 모집한 1기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는 평균 2억2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났다. 참여 사회적 기업의 75%가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만들어 낸 것으로 조사됐다.
추진단은 사회적 가치를 일자리 창출, 사회 서비스 제공, 환경 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를 기준으로 측정했으며 각 분야별로 진전된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60억4000만원(1117명)에서 2016년 84억1000원(1368명)으로 증가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부 케어’가 지난 해 이 회사의 전체 인력(161명)보다 더 많은 19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가치를 생산했다.
사회 서비스(사회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교육 등 복지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지난해 29억원에서 72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두꺼비 하우징’이 최대 70% 저렴한 임대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환경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억3000만원에서 2016년 10억6000만원으로 8배 가량 증가했다. ‘심원테크’는 특허 받은 기술로 버려진 토너를 재생하는 서비스로 환경 오염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냈다.
생태계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2억원에서 2016년 3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공공미술프리즘’이 벽화 등으로 슬럼화된 도시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활동으로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를 양산했다.
사회적 기업에 지급된 인센티브는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 미래성장 동력원을 창출하는 종잣돈으로 사용되면서 재무적 가치를 개선하는 효과까지 동반됐다.
특히 1기 사회적 기업의 매출액이 2015년 740억원에서 2016년 900억원으로 증가하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취지에 공감, 사회적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착한 투자’도 확산되고 있다.
그간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사용된 재원은 SK가 사회적 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 이익금으로 마련됐다.
올해부터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민간 금융사인 신협중앙회가 ‘착한 투자자’로 참여,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 사회적기업에게 ‘혁신추구상’을 수여하고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나아가 인센티브 제공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회적 기업의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영리 기업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착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