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위기 상황은 현실 사드 배치 운운은 한가한 얘기 안보무장 절실
   
▲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그간 오해를 한 게 있었다. 무지의 소치이겠으나 분명 오해였다. 한 국가의 사회 통합력과 대외안보 환경과는 비례할 것이라는 추측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스라엘 얘기다. 온통 이슬람 적국(?)에 둘러 쌓여있으니 이스라엘이 느낄 대외적 위기감은 우리보다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1948년 독립 이후 오늘날까지 열두 번의 크고 작은 현대전을 겪으며 국토를 지켜온 이스라엘. 스물 두어 개 아랍국가 중 우방인 나라가 있는가? 접경지역의 시리아나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그 너머 이란만이 이스라엘의 적국이 아니라 아랍국 거의 대부분은 이스라엘과 적대적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얼마나 사회통합력이 높을까? 대외적 안보 위험도가 높으니 대내적 사회 통합력도 높지 않겠냐는 추론은 상식적인 거 아닌가? 현실은 전혀 상식과 달랐다.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접하고서야 진실을 알았으니 말이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0.21로 조사대상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였다. 뭐, 이것은 납득 가능한 순위다. 정작 놀라운 것은 꼴등인 30위 국가였다. 바로 이스라엘(0.17)이었다.

한마디로 그 나라 국내 사정은 대한민국 뺨칠 만큼 '콩가루 집안'이란 의미인데 어떻게 중동의 한 가운데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것도 사막의 전갈 같은 호전적인 아랍국들에 둘러싸여서 말이다. 인구 8백만에 불과하고 국토면적도 고작 세계 154위, 전라도만한 국가가 말이다.

이런 의문은 이스라엘에서 10년 이상 공부하며 거주했던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 사회는 한국 이상 분열돼 있고 인적 구성 또한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진 유대인들로 사회적 갈등이 매우 크다고 한다. 그럼에도 딱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루살렘 서쪽 성벽의 일부인 '통곡의 벽'에 폭탄테러가 일어난다면? 답은 모두가 앞장서서 무장하고 뛰어나간다는 거다. 평소 얼굴 붉히며 싸우던 정치인도 이념과 상관없이 양보나 타협 같은 언급은 한마디도 안 한다고 한다. 식상하게 들리지만 '안보에는 좌우가 없다'는 거다.

유대인들이 2천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최근세에 이르러 독립국가로 간신히 자리잡으며 피부로 체감한 진실, 곧 여기서마저 밀리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절박감은 좌우 이념을 뛰어넘어 실존의 문제로 유대인들의 의식 구조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안보는 좌우를 뛰어넘어 민족의 실존을 보장하는 현실의 살아있는 문제라는 것을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전율을 일으킨다. 이스라엘 대학의 국제정치학은 단 하나의 사조(思潮)만 존재할 것 같다. 현실주의.

   
▲ 전쟁을 부추키는 흉흉한 유언비어는 발본색원해야겠으나 지금은 분명 동북아 위기상황이라는 인식 정도는 필요하다. '앞장서서 전쟁을 막겠다'느니 '1조를 지불해도 사드를 배치하겠냐'나 따지는 현실은 한국의 안보 미래를 어둡게 한다. /사진=록히드 마틴사 '사드' 홍보브로셔

요즘에야 이스라엘과 관련하여 많이 알려진 사건이 세계사적으로는 공군력에 의한 핵 발전소 폭격의 최초 사례였던 1981년 6월 7일 일요일 새벽 감행된 이스라엘의 이라크 원자로(일명 '오시라크') 타격이다.

당시 이스라엘 베긴 수상은 바그다드 남부 18마일 지점에 건설 중이던 70메가와트 우라늄 원자로를 F-15 요격기 8대와 F-16 전폭기 16대를 보내 완전히 분쇄해 버렸다. 이 원자로는 프랑스의 지원으로 그 해 9월 초 완공을 앞둔 상태였다.

이 작전은 24시간 후에야 알려졌는데 UN과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비난이 이스라엘로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라크에 원전을 지어주어 앵글로-섹슨족이 지배적이던 중동지역에 프랑스의 영향력을 높이려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스라엘 비난의 선봉에 섰다.

이 일로 시라크는 두고두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백악관은 심지어 미국산 전투기들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미 의회에 무기수출금지법 위반이라는 권고안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훗날 CIA의 정찰위성이 촬영, 제공한 항공사진 덕분에 이스라엘 항공기들이 국경으로부터 600마일이나 떨어진 목표지점까지 무사히 날아갈 수 있었음이 밝혀졌으니 미국 내 유대인 로비가 얼마나 강력했던 것인지 짐작케 한다.

이 사실을 발견한 CIA 2인자였던 바비인만은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제공하는 항공사진의 범위를 국경으로부터 250마일 이내로 제한하기도 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후보로도 추천됐으나 유대인들의 강력한 로비로 낙마했고 그 조치는 곧 해제됐다. 실은 이미 레이건 행정부도 이스라엘에 제재키로 했던 안보리 결의 487호에 거부권을 행사하여 사태는 일단락된 상태였다.

적대적인 22개 무슬림 국가에 둘러 쌓여 있는 이스라엘은 과감한 군사작전으로 아랍세계 전체가 원자력 시대로 들어가는 기회를 차단해 버렸다. 그 날의 공격 후 2주 뒤에 이스라엘은 자신의 핵 능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여전히 NPT 비가입국으로 남아있다.

북한 핵의 경우는 정반대다. 북핵의 직접 당사자인 남한이 느끼는 위협의 수위 보다 태평양 건너 미국이 체감지수가 훨씬 높다. 한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다는 미국의 항모 전단이 동해에서 연합 훈련 중이다.

전쟁을 부추키는 흉흉한 유언비어는 발본색원해야겠으나 지금은 분명 동북아 위기상황이라는 인식 정도는 필요하다. '앞장서서 전쟁을 막겠다'느니 '1조를 지불해도 사드를 배치하겠냐'나 따지는 위인이 유력한 대선 후보인 현실은 한국의 안보 미래를 어둡게 한다.

싫건 좋건 지구상 빅 4가 한국의 이웃이다. 이 얄궂은 운명은 이스라엘 보다 형편이 나은 건가? 못한 걸까? 안보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이스라엘에서 배워야 한다.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김효진]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