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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네그루 |
[미디어펜=정재영 기자]고수가 새로운 연기변신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에서 고수는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을 연기했다. 극 중 그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스크린을 채우며 추리력을 자극한다. 사건이 중심이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톤앤 매너의 중심을 잡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간 고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로 베일을 벗었다.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과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이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원작은 서스펜스의 거장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이다.
사건은 거대한 석조저택에서 일어났다. 어느 날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 후 최초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다. 현장에 남은 건 사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잘려나간 손가락뿐.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석조저택의 주인 남도진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사 송태석은 그를 요의자로 기소, 법정에 세운다.
목격자도, 사체도, 범행 동기도 없는 사건을 손가락 하나의 단서만 가지고 송태석은 패기로 밀어 불이고 남도진의 변호사 박영환(문성근)과 공방을 벌인다. 영화의 전개는 송태섭 검사와 박영환 변호사의 공방과 최승만(고수)과 남도진(김주혁)의 이야기가 교차로 긴박감 넘치게 진행된다. 극의 전반부는 최승만과 남도진이 얽힐 수밖에 없는 과정, 후반부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모습을 담았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반전이다. 왜 사체가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막판에 풀리면서 최승만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제작진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추가하기도 했다. 영화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그대로 살리되 최승만의 전사에 힘을 조금 더 실었다.
서스펜스라는 장르의 특성상 사건을 집중 조명했지만 캐릭터의 결도 함께 살렸다. 이야기와 캐릭터의 완급조절 또한 탁월했다.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는 내홍을 거쳤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고수는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마치 1인 다역을 한 듯 말이다. 주변 인물에 따라 표정과 눈빛, 대사톤까지 거침없이 바꿔나가며 때로는 처연한 모습을, 때로는 해맑게, 때로는 분노하는 모습까지. 영화 속 고수의 연기는 완벽 그 자체였다.
김주혁은 전작 '공조'(2017)에 이어 이번에도 악역을 맡았다. 같은 악역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건 김주혁 특유의 존재감과 준수한 연기력 덕분이다. 두 사람의 호흡 역시 영화에 큰 힘을 보탠다.
영화의 배경인 1940년대 경성, 화려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해방 후의 모습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인생 캐릭터, 탄탄한 원작에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서스펜스 스릴러'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한국 '스릴러' 영화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9일 개봉. 109분. 15세 관람가.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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