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주일을 지켜본 야권에서도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이전 정부가 달라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먼저 파격과 소통의 1주일은 국민들에게 감동적으로 다가갔다.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소박한 취임식을 갖고, 청와대 관저에서 걸어서 출근하고, 비서동인 여민관에서 집무를 보고,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에서 소통의 의지가 읽혔다.
형식적인 의전을 거부해 ‘탈 권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시작은 개혁과 일자리, 외교안보에 방점이 찍혔다.
개혁 의지는 먼저 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 인선에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조국 민정수석 임명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의 신호탄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수석은 첫 인터뷰에서 “‘정윤회 문건’을 재조사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조사한다”고 밝혔고, 때마침 검찰어서 벌어진 ‘돈봉투 만찬’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일명 ‘우병우 라인’에 대한 물갈이가 시작됐다.
지난달 말 이영렬 서울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이 만찬 자리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두 사람은 대표적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측근으로 통한다. 이 사건 보도 직후 문 대통령은 감찰 지시를 내렸고, 문 대통령은 현재 두 사람이 제출한 사표도 수리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17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해 고강도 재벌개혁을 예고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인사 발표를 하며 “경제력 집중의 완화 등 경제개혁에 대한 새 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 등 경제개혁에 대한 방향을 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조 수석은 특히 “장관급 인사 중 첫 번째로 발표하는 의미는 불공정한 시장 체제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우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내정자는 18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벌개혁은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과도적 목표”라면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재확립해 한국경제의 활력을 다시 살림으로써 국민에게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주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공정위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호 공약인 ‘적폐청산’을 실천하기 위해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을 먼저 빼들었다. 그리고 국회의 협조를 이끌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14일 임명된 직후 원내 5당의 원내대표들을 각각 예방하고 19일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들의 오찬 회동을 성사시켰다.
전 수석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선 개혁과 민생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과 각 당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서도 6월 국회 이후로 고려할 만큼 내달 말 미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개협 입법의 단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1호 업무지시’로 지시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의 부위원장에 이용섭 전 장관을 임명했다. 장관급의 이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는 당연직 15명과 민간위촉직 15명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에는 청와대 일자리수석(위원회 간사 겸임)을 비롯해 기획재정부·교육부 등 11개 부처 장관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국책연구기관장이 포함돼 ‘미니 국무회의’로 불릴 만한 위용을 갖췄다.
정부는 우선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노동자 11만5000명 가운데 최소 6만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기간제 교사 등 공공부문 임시·기간제 노동자 41만5000명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을 상용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민간 보육·요양서비스 종사자 가운데 24만8000명을 공공 일자리로 흡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1호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그는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에 그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며 “출산이나 휴직·결혼 등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부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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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관저에서 집무실인 비서동 여민관으로 걸어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우측은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 좌측은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사진=청와대 제공 |
궐위선거로 당선된 문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안보에서도 발빠른 대응을 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난 이전 정부의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등 한반도 주변국 상황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주일 안에 즉각 미중일러 4강 국가와 유럽에까지 파견할 특사를 임명하고 외교행보를 시작했다. 미국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에 이해찬 전 총리, 일본에 문희상 전 국회의장, 러시아에 송영길 의원, 유럽연합(EU)과 독일에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특사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본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나 양국의 가장 민감한 현안들을 적극 논의했다. 홍 특사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우리 쪽의 입장을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관여해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해찬 특사를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해달라”고 말해 사드 해결을 요구했다. 이 특사는 중국 측에 오는 7월 한중 정상이 처음 회동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희상 특사는 아베 총리를 직접 면담하고 “셔틀외교를 복원하자”고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한일이 북핵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한미일 공조체제에 역할을 다하자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고 아베 총리에게서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문 특사는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한일 합의와 관련해 ‘오늘날의 한일관계는 그동안 많은 분이 우호 관계를 쌓아온 결과’라며 ‘한일관계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를 잘 관리해 장애가 되지 않도록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재작년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니 착실히 이행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말한 한일합의란 한일간 위안부합의를 말하는 것으로 ‘합의는 이행되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본 정부 인사들은 그동안은 한일 합의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는 강경 방침을 강조해왔다.
파견한 특사를 통해 중국의 사드 반대와 일본의 위안부합의 이행 의지를 확인한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시작된다. 그 전에 문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임명해야 하지만 유독 인사 발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통적인 군사·국방·안보 분야와 북핵 해법, 사드를 둘러싼 각종 외교 문제가 새로운 안보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안보 전문가를 안보실장으로 할 것인가, 외교 전문가를 안보실장으로 할 것이냐는 가치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아베 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드나 위안부합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각국에 파견된 특사들도 민감한 이슈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지 않았다. 따라서 6월 말 한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주요국가와 정상회담이 열릴 6∼7월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은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의 라인업이 어떻게 꾸려질지, 이에 따라 새정부의 외교정책의 목표와 원칙이 어떤 밑그림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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