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 '워싱턴 경제사절단' 급파
국제협력 네트워크·싱크탱크 기능 강화 총력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존폐위기에 봉착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문제인 정부 출범 이래 싱크탱크(think tank) 기능 강화와 함께 민간 경제외교 활동에 적극 나서며 정체성 부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은 지난 3월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논란이 된 사회협력회계와 관련 조직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국제협력 민간 네트워크 기능의 내실을 다지고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18일(현지시간) 미국상공회의소가 대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하는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서밋(Invest in America Summit)' 행사에 경제사절단을 꾸려 파견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6월말로 예정된 가운데 앞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주요 주지사 등 30여명의 미국 정부 인사가 참석한다.

이번 사절단에는 롯데케미칼 정순효 부사장,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을 비롯해 효성USA 이종복 전무, 삼양 이진용 상무, 현대자동차 김철환 상무, 포스코아메리카 유영태 상무, 전경련엄치성 상무 등이 함께 한다.

이 중 전경련에서 탈퇴한 현대차와 포스코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는데, 전경련은 지난달 미국상공회의소의 행사 참여 요청을 받은 이후 회원사뿐 아니라 비회원사에도 참여 의사를 물은 뒤 사절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이번 경제사절단 파견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등 난제를 풀어내는 단초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 사절단은 행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꼭 필요한 무역협정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공식 행사 외에도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대응방안 모색을 위해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난다.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전경련 미국사절단 대표)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Invest in America Summit'에서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상무부 제임스 골슨 국제무역 아시아담당 국장을 만나 한미 FTA 재협상 이슈, 국경조정세 및 수입규제 등 보호무역주의 조치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파악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의 한국산 철강 반덤핑조사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반덩핑 심사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한다.

아울러 전경련 경제사절단은 미 무역대표부(USTR) 테리 에트릿지 한국담당 부차관보를 만나 한미 FTA의 재협상 대신 추가 협력과제의 발굴을 대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보호무역주의자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취임 이후 한미 통상협력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전경련은 전했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1박2일 일정으로 한미 재계회의를 개최한다.

한미 재계회의는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양국 경제협력과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1988년 설립한 대표적인 민간경제협의체로, 해마다 10∼11월께 열렸으며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개최됐다.

한국 측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조양호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양국 기업인들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대책, 한미 FTA 재협상 관련 입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경련은 국제협력 민간 네트워크 기능의 내실을 다지면서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사안에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해 경제는 물론 사회의 핵심 어젠다에 대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분야에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특정 분야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으면서 사회 전반에 대해 연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