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이자만 60조원 허덕...LH공사, 수자원공 등 비금융공기업 적자 주범.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공공부문의 씀씀이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 5년 간 적자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공공부문 계정’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공공부문의 총지출 규모가 671조9000억 원으로 5년 전인 2007년에 비해 211조8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총수입은 188조6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총수입의 증가 규모에 비해 훨씬 더 큰 규모로 지출이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공공부문 총지출의 증가속도는 연평균 7.9%였다. 반면 명목 GDP 증가율은 5.7%에 불과했다. 공공부문 총지출의 증가율이 명목 GDP 증가율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우리 경제의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정부와 공기업의 씀씀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부문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44.1%에서 4.7%포인트가 증가한 48.8%로 높아졌다. 우리 국민들이 일 년 동안 열심히 생산해 놓은 것의 거의 절반을 공공부문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부문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국책사업비 부담을 떠안았던 비금융공기업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2009년을 제외하고 흑자를 기록했고, 금융공기업도 꾸준히 흑자를 이어왔다. 반면에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비금융공기업은 혁신도시건설이나 보금자리주택 사업,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동원되면서 지출이 크게 늘었다. 이들 비금융공기업 169곳의 총지출액은 189조1000억 원으로 5년 전인 2007년에 비해 63조3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2009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유류세 환급,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공공근로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것도 적자규모가 늘어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제까지 정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지출의 비중은 32.7%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해 왔다. 실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GDP 대비 평균 정부지출 비중은 42.4%에 달하고, 미국 39.7%, 영국 48.0%, 독일 44.7%, 일본 43.0%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약 10%포인트 이상 높다.

   
▲ 공공부문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어 강도높은 감축로드맵이 시급하다. 총부채가 800조원이 넘고, 한해 갚아야 하는 이자만 60조원이나 된다. 4대강사업과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정책사업을 떠맡은 LH공사, 수자원공사 등 비금융공기업의 적자가 주범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을 비금융공기업에 전가하는 관행은 차제에 지양돼야 한다. 새누리당관계자들이 공기업개혁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지출이 아닌 공공부문의 지출을 생각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공기업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앞서 보았듯이 비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지출은 48.8%에 달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외국의 경우에는 공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위의 수치들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적다. 공공부문의 지출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양호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공부문의 적자가 급증하자 정부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부처별 지출한도를 엄격히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과거와 달리 이번에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지출과 부채를 발표한 것은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검토 중’이라는 한가한 이야기를 할 정도로 공공부문의 적자 문제를 가볍게 보아 넘길 수는 없다. 누적부채는 지속적으로 쌓여 공공부문 부채는 총 821조 원에 달하고 있고, 이에 대한 이자만 한 해에 60조 원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자를 갚기 위해 새로 빚을 내야 하는 공기업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까지 정부가 약속했던 긴축재정이나 지출억제가 제대로 지켜진 예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검토 중’이라는 말로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한다. 공기업의 매각까지 포함하여 어떤 방법으로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적자를 줄일 것이라는 분명하고 상세한 계획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예산을 편성해서 재정지출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의회 절차 등을 피하는 편법으로 비금융공기업을 국책사업에 동원하였고, 이 부분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비금융공기업을 동원하는 이런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