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장미대선을 끝낸 주택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부양을 통한 주택시장 활성화보다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완화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규제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고, 주택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김수현 전 서울연구원장이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에 임명되면서 이 같은 예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 사회참여형 학자로 꼽히는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핵심 인사 중 한 명. 김 수석이 2005년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실무 총책임을 맡아 만들었던 ‘8·31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 양도세율 중과 등 강력한 규제책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을 대상으로 강력한 규제 카드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23일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대선 직후까지 2주간 0.15% 올랐고, 지난주에는 이보다 0.09% 상승한 0.24%의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초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3 대책 영향으로 잠시 침체기에 빠졌던 분양시장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9일 문을 연 9곳의 견본주택은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SK건설의 '보라매 SK뷰'와 GS건설의 '한강메트로자이' 등 관심 단지에만 무려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퍼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정혼란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부동산 열기가 지속된다면 규제 카드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김수현 수석이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만 앞세우다가 결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불러온 장본인이라는 평가도 상당한 만큼 섣부른 규제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에 초점을 둔 상황에서 쉽사리 강력한 대책을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개포동의 한 아파트 전경.

업계 한 전문가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력한 규제를 남발했다가 오히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과거 전례가 있는 만큼 쉽사리 강력한 규제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기였던 노무현 정부 때와는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 공약을 설계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발언도 주목할만 하다.

김 후보자는 최근 "박근혜 정부가 2014년 LTV·DTI 규제 완화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시그널을 줬다면,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3년 전 기조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시그널을 총량관리제로 준 것"이라며 "대출 총량을 줄이는 기조가 아니라 가계대출 상승률을 GDP 상승률 범위 내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완곡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LTV와 DTI 등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를 무조건 강화하기 보다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을 적절히 활용해 가계부채가 늘지 않도록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11·3 대책과 함꼐 11·24 가계부채 대책이 함께 나오면서 시장이 잔뜩 움츠린 만큼 추가 규제 적용을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두 가지 대책으로 분양시장을 필두로 과열양상을 보이던 시장이 한풀 꺾인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시장논리에 맡겨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규제 강화 정책 여부와는 별개로 국민들의 인식 전환에 달려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주거 말고도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이 부분이 바뀌지 않은 한 부동산 시장 흐름도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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