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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경 미디어펜 논설위원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 공동대표가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으로 내걸은 기초선거 ‘무공천’ 주장을 사실상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 대표는 김한길 대표와 공동기자회견에서 “제 소신과 원칙이 중요해도 국민과 당원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에서 무공천을 할지 여부를 국민여론조사(50%)와 전(全)당원투표(50%)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네 번째 철수정치(政治撤收)의 막이 열린 것이다.
■ 안철수의 알파요 오메가인 ‘새 정치’=‘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안철수 대표가 새누리당과 더불어 구태세력의 한축으로 공격하다 민주당과 느닷없이 통합한 명분은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이었다. 안철수와 김한길 새정치연 양 대표는 마치 기초선거 무공천이 새 정치의 알파요 오메가인 것처럼 대내외에 천명하며 약속 세력과 거짓말 세력의 프레임으로 지방선거 구도를 몰고 갔다. 즉 안철수 대표가 지난 3월 2일 민주당과의 통합이후 보여준 행보는 안철수의 새 정치=기초선거 무공천 이었고, 구태정치=기초선거 공천이었다. 이는 안철수식 정의와 불의를 구분하는 최고의 판단 가치였다.
안 대표는 지난 3월 26일의 새정치연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잠시 살고 영원히 죽는 대신,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기초선거 무공천만이 마치 영생(永生)이라는 듯 종교지도자 같은 언사(言辭)의 설파를 했다. 안철수는 민주당내에서 ‘무공천’과 관련해 당내 반발기류가 거세지자 지난 3월31일 첫 신당 의총에서 “바보 노무현처럼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 편법과 기만은 오래 가지 못 한다”며 ‘무공천’ 철회 자체가 편법이고 기만임을 천명했다. 아울러 마치 ‘기초선거 무공천’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절단날 것처럼 예고도 없이 청와대에 찾아가 부재중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그 답을 7일까지 달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 안철수의 ‘무공천’ 회군(回軍)과 그 이면성
안철수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의 명분이자 새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내세웠던 ‘기초단체 무공천’을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기로 했고, 그 결론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신의 새 정치=무공천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지지가 있을 것임을 믿는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무공천)을 관철시키겠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여러 언론매체에서는 이런 안철수 대표의 발언을 놓고 지방선거 참패 우려에 대한 당내 반발과 여론의 냉담함, 청와대의 무시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상황에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출구전략이자 회군이라는 분석과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에 대한 승산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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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또다시 국민을 상대로 식언을 했다. 민주당과의 합당명분으로 삼은 기초선거 불공천문제는 당원과 국민투표에 따르겠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약속정치과 거짓말세력으로 양분하며 지방선거를 치르려 했던 안철수대표는 또다시 거짓말과 위약정치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
안철수 대표는 이번 ‘무공천’ 회군카드를 꺼내는 기자회견에서마저도 자신에 의해 촉발된 지방선거 구도의 정국혼란과 그로 인한 참패위기에 직면한 당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과는커녕 ‘무공천’ 주장만이 지고지선인 듯한 부끄러움을 상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안 대표는 아울러 그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출구 대상자로 국민과 당원을 지목하고, 이들에게 모든 책임과 결과를 전가하는 행태를 보였다.
안 대표와 그 측근들은 이번 조사에서 국민 여론조사 항목과 당원투표 항목을 50대 50으로 한 바, 여론조사 결과가 당원들의 투표비율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무공천 가능성으로 결정이 날 수도 있다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안 본인은 지도력과 결단에 의해 당을 하나로 묶고, 지방선거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꿈보다 해몽’이 좋은 기대를 그와 측근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약속 대 거짓’ 프레임으로 다시 박 대통령과 여권을 몰아붙일 수 있는 동력도 얻게 된다는 전망도 한다.
한편으로는 무공천 철회 결과가 나오더라도 안철수 본인의 잘못이 아니니 모든 것은 당원과 국민여론의 뜻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하고, 이를 겸허히 받드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지방선거 참패도 모면하고 회군의 명분을 가지게 되는 바, 크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도 들린다. 이런 경우 안은 ‘무공천’에 의한 참패를 예상하고 있던 친노 및 반 안철수· 김한길 세력의 당 대표 퇴출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됨으로 이 또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 안철수의 위약(違約) 정치와 실효(失效)된 통합명분-대국민 사죄해야
대표적 친안(親安) 인사인 새정치연 조경태 최고위원은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의 식언(食言) 정치와 위약(違約)정치를 언급하며, 안은 새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무공천 회군도 최고위에 통보만 했었다며, 출구전략 결과가 어떠하든 모든 게 꼼수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찬성 가능성이 많은 국민투표 50%를 넣은 것은 꼼수 아니냐며 안 대표를 직격했다.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도 안 대표에게 민주주의에 반하는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팔지 말라며 경고했다. 같은 당의 심상정 대표도 ‘무공천’이 새정치‘가 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안 대표의 책사였던 윤여준 씨의 말은 충격적이다. 그는 안에게 새 정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은 바도 없고, 이와 관련하여 측근들조차 그룹 토의 한번 한적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새 정치의 기만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이 흠모하며 영입했던 대표적 진보학자인 최창집 교수도 그가 지도자감이 못된다며 떠났다. 그는 ‘기초선거 무공천’은 정당정치에 반한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안을 겨냥하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는 벌써 서울시장 선거, 대선, 신당 창당, 이번의 ‘무공천’ 회군 등 네 번의 철수정치(撤收政治)와 숱한 거짓말과 위약정치로 국민을 기만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안과 그의 측근들은 당의 위 두 최고위원의 말처럼 ‘무공천’ 회군이라는 꼼수 카드를 가지고 살아날 수 있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호언장담하던 대 국민 선언과 같았던 백년 정당의 약속도, “야권연대는 패배주의적 시각”, “민주당이 변하면 그 자체가 쇄신” 이라는 소신도 과감히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자신이 구악(舊惡)의 한 축으로 규정한 민주당과 통합을 단행하는 이율배반(二律背反) 정치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바로 그 매개물이 ‘기초선거 무공천’ 이었다.
안은 숱한 거짓말과 위약으로 점철된 자신의 모습은 간과하고, ‘기초선거 무공천’을 매개로 ‘약속 정치’와 ‘거짓 정치’로 지방선거 프레임을 짜고, 여야의 선악(善惡) 기준으로 삼는 희대의 블랙 코미디(black comedy)를 연출했다. 안 대표의 ‘거짓말도 내가 하면 선(善)이고, 남이 하면 악(惡)’이라는 자기편의적 정치행태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대중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안철수 대표는 2011년 9월 정치적 발언을 시작한 이후 민주당과의 통합, ‘무공천’ 회군정국까지 윤 전 장관의 말처럼 자신도 참모도 잘 모르는 ‘새 정치’를 가지고 행한 숱한 거짓말과 위약정치에 대해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 안 대표의 위약정치는 다른 정치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그는 거짓과 위약으로 가짜 신화를 만들어내며 일약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야당지도자 반열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농락한 것이다.
안철수· 김한길 두 사람이 주도한 통합도 ‘무공천’ 회군으로 그 실효성(實效性)을 다했다. 두 사람의 ‘무공천’을 매개로 한 통합은 이제 야합으로 드러났다. 이제 안과 김은 그 야합의 이면적 내용을 솔직히 고해하고, 그 응분의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진실이 담보된 실체적 사죄를 국민에게 해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속고 넘어가 준 국민에 대한 최대한의 양심이고 자신들도 살 수 있는 길이다. [성준경=미디어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