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과 사측이 지난해 5월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 상견례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임단협과 올해 임금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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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며 집회하는 모습. |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이 장기화한 것은 조선산업 위기 속에서 협상이 진행됐고, 회사의 구조조정 현안이 겹쳤기 때문이다. 사측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섰으나 노조는 희망퇴직과 분사 등에 투쟁으로 맞서왔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사실상 올해 임금협상도 병행하고 있어 지난해 임단협과 올해 임협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사측은 올해 초 설 연휴 전에 임단협을 타결하기 위해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지난 1월 19일 73차 교섭에서 낸 사측의 최종안은 올해 말까지 종업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1년간 전 임직원 기본급 20% 반납, 임금 부문에서는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10만원과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해 월평균 1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등이었다.
지난달에는 회사가 현대중공업(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할하기 이전에 타결을 시도했지만 역시 무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분사를 막기 위해 23년 만에 전면파업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전면파업 3차례를 포함해 18차례 파업했다. 그렇지만 사측은 일부 조합원만 파업에 참여해 별다른 생산 차질은 없었다고 밝히며 회사의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지난해 임단협이 왜 장기화하는지를 알리고, 현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집행부 임원이 3개 조로 나눠 생산현장을 돌며 조합원과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임단협 장기화가 사측이 조합원에 대한 일방적 고통분담 요구 때문이라며, 사측이 주장하는 임금 20% 반납은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지난해 7월을 전후해 휴일근무 폐지 등에 따라 평균 40만원,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라 55만원 등 95만원 가까이 조합원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노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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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현대중공업 노조사무실 앞에서 백형록 위원장이 2016년 임단협 교섭 타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이에 사측은 직원 사기를 고려해 추가안을 제시했으며, 기본급 20% 반납에 대해서는 이익 실현 후 돌려줄 것을 밝혔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타결의 기회를 놓쳤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임금 15만4883원 인상을 비롯한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성과급 250%+추가, 사내 근로복지기금 세전 순이익 5% 범위서 출연, 지난해 폐지된 고정연장 수당을 보전하기 위한 개념으로 30시간 규모의 통상임금을 자율관리 수당으로 지급하라는 등의 요구안도 마련했다.
노조 측은 “이미 상급노동단체인 금속노조는 지난 3월 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을 확정하고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등에 전달했다”며 “우리도 분사한 4개 회사별로 노조 교섭위원을 확정해 협상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자리 지키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조는 사측의 임단협 제시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측의 제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노조도 현재까지 임단협을 끌고 왔으면 대안이 있어야 하며 해결책도 없이 시간만 끌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합당하게 보상한다는 약속 잊지 말아야 한다"며 "노조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일단 일자리를 지키고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10일 상견례 이후 78차례 교섭했으나 지금까지 타결하지 못한 상태로,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가장 오래 끈 임단협이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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