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실패는 자신을 연단시키는 기회다. 실패가 없이는 절대 큰 일을 할 수 없다. 실패야말로 '환경에 대한 반란'의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할 필수 경험이다. 실패가 주는 교훈의 '아름다움'은 자기의 대처에 따라 그 실패를 감사하는 단계에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젊은 시절 당시에는 삼키기 힘들었던 아픈 실패담조차도 잘 짜여진 '위장된 축복'이었다고 가끔 생각하곤 한다. _pp. 84, 위장된 축복, 실패의 추억 중
11살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셋의 부양을 책임져야 했던 소년 가장. 지지리도 가난했던 흙수저 중의 흙수저 소년가장이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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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출간된 그의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실의에 빠진 청년들에게 따끔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수많은 그의 고난과 삶에 대한 진정성은 청년들은 물론 우리 시대를 함께 사는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는 '유쾌한 반란의 전도사', '고졸 신화', '청년들의 멘토', '있는 자리 흩트리기의 명수'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했다.
소년가장이었던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 생활을 전전하며 덕수상고를 다녔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졸업도 하기 전 은행에 취직해 야간대학인 국제대학(현 서경대학교)을 다녔다.
'세상 누구를 지금의 내 자리에 데려다놓아도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주경야독한 끝에, 25살이 되던 해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이를 계기로 '고졸 신화'로 이름이 알려진 후로도 자신과 세상에 대한 '유쾌한 반란'을 멈추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에 이어 국비 장학금과 미국 정부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시작한 32년 공직생활 내내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를 신조로 우리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소신을 다해왔다.
정부 최초의 국가 장기 발전전략인 '비전 2030'을 수립했고 세계은행(IBRD)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냈다.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였고, 국가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 전반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 시절, 공직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 기자세계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관료'로 통했다. 공직의 정점에서 돌연 사의를 표하고 시골에 머무르다 아주대 총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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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
저자는 '청년들이 꿈을 잃게 된 사회'를 기성사회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청년들 또한 스스로 '알'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이라는 '남이 던진 질문', 나 자신이라는 '내가 던진 질문', 세상이라는 '사회가 던진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 스스로 '있는 자리'를 '깨트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남들이 보는 대로 보지 않고, 안전한 길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결핍'의 길을 찾음으로써 스스로를 단련하고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고졸', '소년 가장' 등 온갖 불리한 여건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 공직자인 장관에, 대학 총장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아들을 잃으며 느꼈던 수많은 그의 고난과 삶에 대한 진정성은, 청년들은 물론 우리 시대를 함께 사는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전할 것이다.
저자 스스로 감추고 싶었을 법한 이야기를 책속에서 서슴없이 들려준다. 고위 공직자에 이를 때까지 가정환경에 대한 열등감,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 등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가 '공정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느끼는 열등감이자 콤플렉스이다. 그래서 읽는 이라면 누구라도 공감이 간다. 그가 책속에서 전하는 진한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나도 실패가 늘 두려웠다. 사실은 지금도 두렵다. 아무리 실패가 '나를 키운 몇 할'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실패하기는 싫다. 하는 일이 실패하지 않도록 늘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와 친해져라."고 말하는 것은 편하지 않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본다. 누구나가 실패를 경험하게 마련이다. 사실은 실패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금의 실패를 통해 앞으로 올 수 있는 더 큰 실패의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지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_본문 p. 83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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